by김진우 기자
2014.04.29 18:01:49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북한이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에 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은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와 최고주권기관인 국방위원회가 성명을 통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강하게 비난한 것에 이은 후속조치 격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이 회담에서 북핵불용 원칙을 재확인하고 ‘새로운 강도의 국제적 압박’을 경고하는 한편, 북한의 조직적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등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킨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조평통은 지난 27일 “누구이든 우리의 존엄과 체제, (핵개발·경제발전) 병진노선에 감히 도전하는 자들을 절대로 용납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데 이어, 국방위는 28일 ‘증폭핵분열탄 실험’,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거론하며 “그 이상의 조치들도 취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고 위협하는 등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이 29일 NLL 인근 2곳에 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은 조평통·국방위 성명의 연장선으로, 무력시위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1일 NLL 인근 7개 지역에서 8차례에 걸쳐 수백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등 사격훈련을 했는데, 그 당시에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 연습’에 대한 대응 성격이 컸다. 이재영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북한이 사격훈련을 실시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도 단순히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북한이 NLL 인근 해상사격을 실시한 것이 도발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주민과 어민들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며 “북한이 사격을 해서 그 포탄이 NLL 이남으로 떨어지면 원칙에 따라 대응하라”고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지시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만약 북한이 지난달처럼 NLL 이남 우리 수역으로 사격할 경우에는 도발 행위로 간주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징후가 상존하는 가운데 북한이 NLL 인근해상 사격실시란 낮은 강도의 무력시위를 보임에 따라 추후 강도를 높이며 추가도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언제든지 4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은 여전히 인력과 차량 움직임이 분주한 상황”이라며 “북한이 ‘성동격서’ 식으로 이곳저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이 오는 8월 실시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중지를 요구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핵실험 국면을 장기화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유지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영 교수는 “북한이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까지 핵실험을 감행하지 않고 우리측의 행동에 빌미를 삼아 긴장감을 유지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