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분당 보호관찰소 되나..용산 화상경마장 갈등 격화
by김용운 기자
2013.10.07 18:27:25
용산구 화상경마장 이전 놓고 마사회와 지역주민 마찰
마사회 "적법한 행정절차에 따라 신축"
성심여중고 및 주민 "학생 안전 및 교육에 악영향" 반발
| 서울 용산역 화상경마장의 원효로 이전을 앞두고 인근 학교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의 이전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7월 성심여중고 학생들이 화상경마장 이전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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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한국마사회가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 신축한 화상경마장(마권 장외발매소)이 인근 학교와 지역 주민들의 이전 반대로 홍역을 앓고 있다. 마사회가 지역 주민과 협의없이 시행한 사업이어서 ‘제2의 분당 보호관찰소’ 사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초 분당 지역 학부모들은 성남보호관찰소가 분당 서현동으로 기습 이전하자 ‘인근 학교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대규모 반대시위를 벌여 법무부로부터 이전 철회 약속을 받아냈다.
마사회에 따르면 현재 용산역 2번 출구 서쪽 방면 웨딩홀 건물에 입주해 있는 용산 화상경마장을 최근 완공된 지하 7층, 지상 18층 규모의 한국마사회 용사지사 건물로 이전할 계획이다. 기존 화상경마장이 협소한데다, 입주 계약기간이 끝나는 시점이어서 아예 확장 이전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화상경마장이 청파로 52지역 신축 건물로 이전한다는 사실은 지난 5월에야 외부에 공개됐다. ‘같은 구역 내 이전할 경우 주민 동의가 필요치 않다’는 농축산식품부의 내부 지침을 근거로 마사회가 지역 주민들에게 이전 사실을 아예 알리지 않은 것이다.
이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인근 성심여중·고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은 “통학로에 사행시설이 들어올 경우 학생 안전과 교육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반대 시위에 나서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성심여중·고는 학생 수만 1300여명에 달하는 대형 학교다. 박근혜 대통령이 졸업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역 주민들 또한 ‘이전 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이전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성심여중·고 측과 지역 주민들은 마사회가 이전 작업을 강행해 화상경마장을 개장할 경우 대규모 시위를 벌여 이를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또한 이전 반대 쪽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지난 1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축 화상경마장 건물을 찾아 “사행산업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시설을) 키우면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화상경마장 이전은 적법하게 추진됐다’면서도 지역 주민 반대에 난처한 표정이다. 현행 학교보건법상 학교에서 반경 200m내에 사행업소 등 유해시설이 들어오려면 지방자차단체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화상경마장이 입주할 예정인 건물과 성심여중·고는 직선거리로 253m 떨어져 있어 심의 대상이 아니다. 화상경마장은 경마 경기를 생중계해 경마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마권을 구매하고 베팅할 수 있는 시설이다. 마사회는 용산 화상경마장의 신축 이전을 위해 약 1200억원을 투자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학교와 신축 화상경마장 사이에 12차로인 한강대로가 가로막고 있고 경마는 금요일과 주말에 열리기 때문에 우려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일부 주민들과 학교 측의 반대로 애초 10월에 개장하려던 계획을 무기한 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