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TSMC 30년 동맹 균열"…삼성에 기회 오나(종합)
by김정남 기자
2024.10.17 15:19:57
IT매체 디인포메이션 보도에 업계 촉각
"엔비디아, TSMC 의존도 줄이기 조짐"
"엔비디아, 삼성 파운드리와 협업 모색"
[이데일리 김정남 김윤지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 엔비디아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 사이의 ‘AI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를 통해 업계 2위 삼성 파운드리가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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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1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TSMC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조짐이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엔비디아가 새로운 AI 가속기 ‘블랙웰’을 공개한 이후 몇 주 동안 고전압 환경 테스트에서 실패했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블랙웰 생산 지연설이 나왔을 당시 컨퍼런스콜에서 “수율 개선을 위해 블랙웰의 설계를 변경했고 기능적인 변화는 필요하지 않았다”면서 “(블랙웰 수요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하다”고 말하며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 연내 블랙웰 본격 양산을 공언한 것이다.
그러나 블랙웰을 위탁 생산하는 TSMC의 입장은 엔비디아와 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TSMC는 엔비디아가 블랙웰의 결함을 인지했음에도 생산을 서둘렀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엔비디아는 블랙웰 생산이 늦어지는 원인으로 TSMC의 새로운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지목했다고 한다. 앞서 UBS 분석가들 역시 블랙웰의 결함을 두고 TSMC 기술의 복잡성에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AI 사업에서 가장 성공적인 엔비디아와 TSMC 사이의 파트너십이 긴장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두 회사의 AI 동맹에 균열이 간다는 보도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엔비디아와 TSMC는 지난 1995년부터 30년 가까이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다. 특히 엔비디아는 그동안 첨단 칩 제조를 전적으로 TSMC에 맡겨 왔다. TSMC는 애플 등과 함께 엔비디아가 최대 고객사로 꼽힌다. 그 바탕에는 중화권 특유의 네트워크 역시 자리했다. 엔비디아를 이끄는 황 CEO는 대만계 미국인이다. TSMC는 대만의 상징과 같은 회사다. 황 CEO가 “TSMC가 없었다면 오늘의 엔비디아는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TSMC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면 삼성전자(005930)의 파운드리 사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가 새로운 게임용 칩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며 “엔비디아는 같은 세대의 칩 제조 기술을 기준으로 TSMC와 비교해 20~30% 할인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시장 점유율이 60%를 훌쩍 넘을 만큼 높아지고 있는데, 이같은 독주는 칩을 설계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