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문턱 넘은 '유럽판 IRA'…올 연말 시행 전망
by박종화 기자
2024.02.07 14:15:01
탄소중립산업법 잠정 합의…보조금 확대·인허가 기간 단축
"유럽, IRA에 대응" 평가…가격 경쟁력 한계 지적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탄소중립산업법(NZIA)이 마지막 입법 문턱을 넘었다.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한 유럽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이사회와 집행위원회, 유럽의회는 NZIA 시행에 잠정 합의했다. EU 이사회와 유럽의회의 정식 승인을 거치면 이르면 올해 말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ZIA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으로 미국의 IRA에 비견된다. 태양광과 배터리, 원자력 등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상품의 EU 역내 조달 비율을 2030년까지 40%로 높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보조금을 확대하고 인허가 기간도 18개월 이내로 단축하도록 했다. 또한 공공조달을 친환경 관련 제품을 구매할 때 특정 제3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50%를 넘을 경우 조달 평가를 더 까다롭게 하도록 했다.
이번 협상을 주도한 크리스티안 엘러 유럽의회 의원은 “(NZIA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유럽이 처음으로 IRA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브론스 벨기에 프랑드르 경제장관은 “이제 유럽이 청정 기술 분야에서 선두를 되찾고 경쟁력 있고 친환경적이며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산업을 구축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NZIA만으로 유럽이 신재생에너지 등에서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이 시장은 주도하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유럽태양광제조협의회(ESMC)는 지난주 “유럽의 주요 태양광 발전 모듈 제조업체와 이들의 하청업체들은 향후 4∼8주 이내에 실질적인 긴급 조치가 이행되지 않으면 생산라인을 폐쇄하기 직전에 몰릴 것”이라는 서한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보냈다. EU는 친환경 산업 지원을 위한 이른바 ‘유럽주권기금’을 조성하려고 했으나 회원국 간 이견으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