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6단체 “노란봉투법 통과하면 노사관계 파탄”
by김성진 기자
2023.02.20 16:02:15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통과에 반발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시킬 것"
본회의 통과할 경우.."대통령께 거부권 행사 요청"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우리나라 법 체계 근간이 흔들리고 노사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탄 국면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맨 오른쪽)이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경제6단체의 ‘노동조합법 개정안 심의 중단 촉구’ 긴급 기자회견 자리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
|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자 경제 6단체는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말했다. 노동자의 파업 가능 범위를 확대해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비판받는 이 법이 통과되면 기업경쟁력 악화를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후 3시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경제 6단체의 ‘노동조합법 개정안 심의 중단 촉구’ 공동성명 발표 자리에서 발표를 맡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개정안은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과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사실상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닌 기업까지 쟁의대상으로 끌어들여 결국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 회장은 이번 개정안이 불법 파업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손 회장은 “개정안은 불법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해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확산시킬 것”이라며 “이미 헌법에서 근로 3권을 보장하고 있고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사용자가 모두 감수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손 회장은 만약 노란봉투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께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요청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자리에는 손 회장 외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등이 함께 자리해 노란봉투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 가능 범위와 단체교섭에 응해야하는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는 한편,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해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인 법안이다. 이 때문에 정부 여당과 경제계에서는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법의 적용을 받는 기업들은 이번 개정안이 사실상 실익이 하나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제6단체가 노란봉투법 입법에 대해 주요 기업의 의견을 묻는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판단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 중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을 내놓은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기업이 83.3%, ‘부정적’이라고 답한 기업이 16.7%였다.
또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꼽히는 ‘무분별한 파업’ 가능성도 높게 점쳤다.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가 개정안대로 확대될 경우 93.3%의 기업이 교섭거부의 부당노동행위 등을 둘러싼 법정 분쟁이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쟁의행위 범위 확대로 ‘교섭기간 및 노사분쟁 장기화’를 우려하는 기업도 93.3%에 달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전망이 커지는 것도 이번 개정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초 싱가포르에서 세계경제전망 수정치를 내놓으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2.0%에서 1.7%로 0.3%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세계성장률이 2.7%에서 2.9%로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한국과 세계성장률 간 격차가 0.7%에서 1.2%로 벌어진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도 한국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2명을 대상으로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에 대한 조정 여부를 조사한 결과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1.7%보다 0.2% 포인트 떨어진 1.5%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상반기 한국경제 성장을 더 어둡게 전망했다. 성장 둔화폭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며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1.1%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