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물폭탄에 인천 도로·상점 침수…상인들 망연자실

by이종일 기자
2022.08.09 14:32:37

9일 오전 부평경찰서 맞은편 침수피해 역력
하루 동안 200㎜ 이상 퍼부어 물난리 심각
전날 빗물 빵집 등으로 밀려 들어와 영업손실
코로나 피해 입은 상인들 폭우까지 닥쳐 허탈
"비 계속 내린다고 해서 걱정만 쌓인다"

9일 오전 8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경찰서 맞은편 인도 주변에 한 상점에서 떨어진 바닥 데크가 세워져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에서 하루 동안 20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지며 상인 등 주민의 피해가 속출했다.

9일 오전 8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경찰서 맞은편 인도에는 전날 정오부터 시작된 침수피해의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었다. 인도 곳곳에는 흙과 자갈이 널려 있고 침수를 막기 위해 쌓아둔 모래주머니가 있었다.

골목에서 차도로 이어지는 한쪽 길목에는 주변 상점의 바닥 데크가 세워져 있었다. 상점 앞에 설치된 데크가 빗물 침수로 떨어진 것이었다.

지난 8일 1m가량 빗물이 차올랐던 부평경찰서 앞 왕복 8차선 도로는 배수가 원활해져 이날 오전 차량 통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침수피해를 입은 상점 주인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경찰서 맞은편 건물 1층에 있는 한 빵집은 비 피해가 있고 나서 자동 유리문이 고장 났다. 이 빵집은 8일 낮부터 쏟아진 폭우로 도로에 고인 빗물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피해를 입었다. 당시 빵집 주인 조모씨(51)는 발목 높이로 밀려 들어온 빗물을 퍼내느라 장사를 할 수 없었다.

빵집에서 만난 조씨는 “3년 넘게 이곳에서 빵집을 운영하면서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것은 처음 봤다”며 “도로에 차오른 빗물이 인도로 넘쳤고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빵집 안으로 물이 밀려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가게 안쪽 빵 만드는 곳까지 물이 들어와 배수작업을 계속했다”며 “침수 때문에 어제 만든 빵은 하나도 팔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9일 오전 8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경찰서 맞은편 건물 현관에 침수를 막기 위해 대형 비닐과 모래주머니가 놓여 있다. 상점의 바닥 데크는 빗물 침수로 파손됐다. (사진 = 이종일 기자)




조씨의 빵집 자동 유리문은 침수피해가 생긴 뒤 고장 났다. 평소 버튼을 눌러야 열리던 유리문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아무 때나 열리고 있었다.

조씨는 “수리업체를 불러 유리문을 고쳐야 한다”며 “어제 팔지 못한 빵은 오늘 할인해서라도 팔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오늘도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해서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조씨의 빵집 옆 휴대전화 판매점의 바닥 데크는 침수로 부서져 있었다. 빵집 건물의 현관 바닥에는 침수를 막으려고 가져다 놓은 대형 비닐과 모래주머니가 있었다. 인근 포장마차에도 침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부평경찰서 쪽 인도는 8일 빵집 건물 쪽 인도보다 지대가 높아 비 피해가 덜했다. 그러나 인도에 빗물이 차서 시민이 걸어다닐 수 없는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경찰서 옆에 있는 국밥집은 출입구 앞 문턱이 높아 다행히 빗물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국밥집 사장 김모씨(54·여)는 “출입구 앞 계단이 높아 가게 침수를 피했다”며 “하지만 빗길에 손님이 줄어 어제 하루 장사를 제대로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9년 중순에 개점했는데 6개월 만에 코로나19가 덮쳐 2년 동안 고생만 했다”며 “이제 좀 좋아지려나 했더니 폭우가 내려 힘들게 한다”고 하소연했다.
8일 오후 1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경찰서 앞 도로가 빗물에 잠겨 있다. (사진 = 독자 제공)


부평에서는 8일 오전 8시~이날 오전 6시 122건의 침수피해(주택 88건·일반건물 14건·도로 18건 등)가 구청으로 신고됐다. 부평구는 8일 집중호우로 우수가 모이는 굴포천의 수위가 높아져 도로 하수관의 빗물이 역류하며 다수의 침수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인천에서는 부평구 외에 계양구, 미추홀구, 옹진군 등에서도 비 피해가 이어졌다. 미추홀구에서는 8일 오전 8시~이날 오전 8시 222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남동구에서는 8일 밤 도로 침수로 장수사거리와 남동공단 입구 삼거리의 차량 운행이 통제됐다.

인천의 강수량은 8일 오전 8시~이날 오전 6시 부평구 구산동 272.5㎜, 옹진군 영흥도 254.5㎜, 중구 전동 223.9㎜, 연수구 동춘동 190.5㎜ 등으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