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긴축 행보 이어가는데…中은 20개월만에 LPR 인하(종합)
by장영은 기자
2021.12.20 15:39:06
中, 20개월만에 기준금리 역할 LPR 인하
경제성장 둔화 우려 속에 경기부양 의지 보여
각국, 부양책 거두고 금리인상 등 긴축 나서
경제성장 둔화보단 인플레 지속에 더 큰 우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신정은 베이징 특파원] 중국이 경제 성장률 둔화 속에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20개월 만에 전격 인하했다. 인하폭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일 1년 만기 LPR를 전달보다 0.05%포인트 낮춘 3.8%로 고시했다. 지난해 4월 인하 이후 20개월 만이다. 5년만기 LPR는 4.65%로 동결됐다. 지난해 4월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LPR은 중국 내 18개 시중은행이 보고한 최우량 고객 대출 금리의 평균치로, 1년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에 은행 조달비용, 위험 프리미엄 등을 가산해 산출한다.
인민은행은 지난 2019년 8월 LPR에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부여한 이후 LPR을 낮춰 고시하는 방식으로 시중금리 인하를 유도해왔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 2월과 4월 두번 LPR을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2분기 이후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통화 완화 정책의 강도를 조정하던 인민은행은 올해 3분기 들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진데 이어 4분기 성장률도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MLF 금리를 동결한 만큼 LPR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다만, 금리 인하가 머지않았다는 예측도 있었다. 인민은행은 지난 6월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농업 및 소형 기업을 지원하는 재대출 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베이징 금융가의 한 소식통은 “인민은행이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LPR 금리를 낮춘 건 현재 그리고 앞으로 중국 경제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다만 인하율을 소폭 조정하면서 시장에 대규모 부양책을 펼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동시에 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상황인 만큼 중국 당국도 큰 폭의 인하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통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선에서 유동성을 조정하고, 재정지원을 강화할 전망이다.
|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등 물가 안정에 본격 나서는 모습이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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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오미크론 확산에도 중앙은행들이 긴축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지난주 미국 연준이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고 내년도 3차례의 금리인상을 시사한 데 이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를 0.15%포인트 올리며 주요국 중 첫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채권매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미크론 확산으로 각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경제활동에도 새로운 제약이 생기고 있지만, 중앙은행들은 대유행의 시작 때처럼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대신 경기 부양책을 거두고 금리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화 정책 결정권자들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위협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는 고강도 봉쇄 조치에 따라 △소비가 급감하고 △실업자는 증가했으며 △가격은 떨어졌다. 그러나 몇 달 내에 전자상거래와 원격근무 확대로 소비가 선진국 경기는 빠르게 회복했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올해도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작년 2분기 미 국내총생산(GDP)은 31.2%(연율) 급감하며 사상 최대폭으로 감소했으나, 하루 25만명의 신규 확진자를 기록하며 코로나 사태가 정점을 찍던 올해 1분기에는 오히려 6.3% 성장했다.
폴 애시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북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유행 초기에는 고강도 봉쇄 때문에 수요가 공급보다 더 많이 감소하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며 “현재는 각국 정부가 봉쇄 조치를 꺼리면서 그 반대 현상(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공급이 수요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