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스크 여파…韓 '부도위험 지표' 1년만에 최고

by김정남 기자
2017.07.10 14:51:42

韓 외평채 CDS 프리미엄 최근 9거래일 연속 상승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높아…지정학 위험 여파 탓
삼성전자 등 기업의 부도위험 지표도 같이 움직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를 명령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ICBM 발사와 관련한 국방과학원 문건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년여 만에 최고치로 급등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들의 부도 위험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정책당국과 시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그 기저에 있다고 보고 있다.

1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한국 외평채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후 9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그 사이 51.50bp(1bp=0.01%포인트)에서 62.45bp로 11bp 가까이 급등했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나 파산 등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신용파생상품의 수수료를 말한다. 채권을 발행한 국가와 기업의 부도 가능성 혹은 신용 위험이 높아지면 CDS 프리미엄도 함께 오른다. 보험에 가입할 때 사고 확률이 높으면 보험료가 상승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이 정도 CDS 프리미엄 수준은 지난해 6월17일(62.72bp) 이후 1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상승 폭도 두드러지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일 오름 폭은 3.33bp.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 인근으로 전격 이동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4월11일(3.90bp↑) 이후 그 폭이 가장 컸다.



우리 기업들의 CDS 프리미엄도 덩달아 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지난 7일 77.45bp로 전거래일 대비 4.58bp 급등했다. 지난해 6월28일(77.95bp) 이후 최고치다. 하루 상승 폭도 지난해 3월28일 6.87bp 오른 이후 가장 가팔랐다.

같은날 현대차(005380)도 5.05bp 급등한 92.65bp를 나타냈다. 한국전력(64.96bp, 3.15bp↑) SK텔레콤(80.43bp, 4.27bp↑) KT(79.62bp, 5.16bp↑) 포스코(85.37bp, 2.84bp↑) GS칼텍스(89.70bp, 6.70bp↑) 등 다른 대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산업은행(65.34bp, 3.41bp↑) 기업은행(71.39bp, 4.07bp↑) 국민은행(78.86bp, 4.27bp↑) 신한은행(80.05bp, 4.18bp↑) 우리은행(87.02bp, 3.60bp↑) 등 금융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CDS 프리미엄은 적은 거래량 때문에 변동이 크긴 하다”면서도 “최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영향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흔들리면 사기업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시중은행들의 CDS 프리미엄은 (외평채 5년물과) 거의 똑같이 움직인다”고 했다.

이런 흐름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중국와 일본 같은 주요국의 CDS 프리미엄은 최근 큰 폭의 변화가 없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최근 지정학적 위험이 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후 9거래일간 우리나라 외평채 5년물과 주요 대기업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추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보는 부도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