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없이 입학해 학비도 감면” 평단사업 반발 대학가 확산
by신하영 기자
2016.08.10 16:14:16
이화여대·동국대 등 대학가 평단사업 반발 확산
재직자전형 등 기존 입시제도 있음에도 무리한 추진
‘수능 없이 대학 입학’ 입시공정성 훼손 우려도 제기
| 동국대 제48대 총학생회 ‘해시태그’ 학생들이 10일 오후 1시 10분쯤 서울 중구 장충동 동국대 본관 앞에서 ‘평생교육 없는 평생교육단과대사업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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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 이화여대 학생들의 평생교육단과대사업(평단사업) 철회 시위가 ‘총장 사퇴’ 요구 농성까지 비화한 가운데 동국대 총학생회가 평단사업 철회를 촉구하며 시한부 농성에 돌입했다.
동국대 제48대 총학생회 ‘해시태그’는 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동국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가 학생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사업 중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끝낸 시점부터 13일까지 본관 앞에서 ‘우리의 동국대를 되찾기 위한 동국인들의 만민 공동회’를 열고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 평단사업이 학생들의 반발에 직면한 이유로 △무리한 사업 추진 △입시 공정성 훼손 우려 △일반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꼽는다.
평단사업은 2013년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시작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평생교육체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학 등에 평생학습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교육부는 ‘2016년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부터 평단사업을 진행한다고 보고했다.
평단사업은 2023년 고교졸업자 수가 올해보다 17만 명이나 감소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고교졸업자(대입 학령인구) 중심의 대학 교육을 평생교육 수요에 맞춰 개편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그간 부실하게 운영돼 온 평생교육의 질을 높여 ‘선(先)취업 후(後)진학’을 확대하자는 목적도 담겼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평단사업이 기존의 입시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평단사업 선정 대학은 이대를 제외하면 9곳이다. 이들 대학은 2017학년부터 1620명을 평생교육단과대학 신입생으로 선발한다.
학생들이 문제삼는 부분은 수능없이도 대학 입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평단 신입생의 경우 서류(학생부·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 등)와 면접(학업역량·전공적합성·발전가능성)만으로 입학할 수 있다. 주요 대학의 경우 수시모집에서도 수능성적을 최저학력기준으로 반영하는 데 반해 이들은 수능성적 없이도 대학에 들어올 수 있다. 이대에 이어 동국대·인하대 등으로 학생 반발이 확산된 이유다.
이들은 대학에 들어온 뒤 학업·학비 부담을 감면받는다. 주말·야간·원격수업이 가능하며 학비감면 혜택도 제공된다. 교육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평단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평단 신입생은 학기당 등록금이 아닌 신청 학점에 한해서만 학비를 내면 된다. 이 같은 혜택을 받으면서도 졸업할 때는 기존 학생들과 동일한 학위·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 교육부가 발표한 ‘평단사업 기본계획’에 포함된 신입생 학업·학비 부담 완화 방안.(자료: 교육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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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직장인과 성인에게 교육 기회를 부여하는 기존 대입제도가 이미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다음달 12일부터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2017학년도만 해도 전국적으로 4629명을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 또 성인·직장인에게 문호가 개방된 전국 21개 사이버대학도 2016학년도 기준 3만3410명의 신입생을 모집한다. 이미 고졸 직장인과 성인학습자를 위한 대입전형이 마련돼 있음에도 교육부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 사이버대학 협의체인 한국원격대학협의회 김영철 사무국장은 “평단 신입생은 수능시험 없이 대학에 입학, 학비까지 혜택을 보기 때문에 기존 학생들이 반발하는 것”이라며 “사이버대학 차원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거론했지만 교육부는 평단사업을 강행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