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의 피눈물…물 공급도 여전히 막혀 ‘생지옥’

by이소현 기자
2023.10.17 16:02:04

식수 확보 난항…"탈수로 사망" 우려
전기 끊겨 담수화 플랜트 가동 멈춰
잇단 국제사회 지원에도 전달 어려워
구호품 들여올 검문소 폐쇄…"즉시 개방"

[이데일리 이소현 김겨레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11일째에 접어든 17일(현지시간) 전면 봉쇄된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커지고 있다. 기본적인 물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지옥’인 상황으로 현지 구호단체에선 탈수 등으로 인한 대규모 사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사회가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봉쇄된 가자지구에 도움의 손길이 닿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14일(현지시간)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물을 모으고 있다. (사진=로이터)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기구(UNRWA)는 이날 25만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이 24시간 동안 대피소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대다수가 유엔 학교로 이동했는데 이곳에서도 깨끗한 물은 모두 고갈된 상태다. 식수 확보가 절실한 가자지구 주민들은 바다에 인접한 지역에 우물을 파기 시작했으며, 하수와 바닷물로 오염된 수돗물에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기습 뒤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해 모든 물자와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고 하마스 근거지로 추정되는 시설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고립된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 위기가 커지자 미국과 이스라엘이 논의 이후 가자지구 남부에 물 공급을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하마스는 약속에도 아직 물 공급을 재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존 위협은 오롯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몫이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 이후에 심각한 물 부족은 ‘삶과 죽음의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전력 공급도 중단돼 물을 저장할 펌프를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가자지구의 주요 담수화 플랜트 3곳은 이스라엘의 봉쇄로 인한 전력 제한에 따라 모두 가동을 중단했다. 유엔은 “안전한 식수를 확보할 수 있게 지금 당장 가자지구에 연료를 트럭으로 실어보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심각한 탈수로 죽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인해 손상된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식량 창고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사진=AFP)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커지자 국제사회의 도움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EU는 이날 가자지구에 대피소 물품과 의약품, 위생 키트, 담요 등 유엔아동기금(UNICEF)의 구호품을 항공편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EU는 가자 지구 민간인을 지원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을 2500만유로(약 338억원)에서 7500만유로(1070억여원)로 늘리기로 했다. EU 비회원국인 영국도 팔레스타인인을 위해 1000만파운드(약 165억원)를 추가 지원키로 했다.

다만 구호품이 가자지구에 적시에 전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도 물자를 들여올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검문소는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폐쇄됐다. 라파검문소와 인근 도시 알 아리쉬에는 수백 톤의 구호품들이 쌓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UNRWA는 이날 의료용으로 사용될 예정인 유엔 연료 트럭을 비롯한 구호품들을 라파검문소로 반입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야네즈 레나르치치 EU 위기관리 담당 집행위원은 “가자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곧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며 “즉시 라파 국경을 개방해 물과 연료, 식량을 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