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부인 향해 "남편에 사과하라"...녹취 분석한 전문가 '발끈'
by박지혜 기자
2023.08.03 18:24:19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고소한 사건이 논란이 가운데, 핵심 증거로 제출된 해당 교사의 발언을 분석한 전문가는 주 씨의 2차 입장문에 “그의 거짓과 피해 교사에 대한 고상한 모욕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33년 경력의 특수교육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류재연 나사렛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는 3일 오후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저는 사건 녹취록을 전부 검토했다. 또 해당 교사의 수업에서 주 씨 아들의 음성도 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결론적으로 저는 제3자적 입장에서 피해 교사와 주 씨의 주장 모두를 고려했던 입장을 철회한다”며 “‘허위를 반박하지 않으면 진실이 된다’는 제 직업 윤리의식에 근거해 피해 교사를 위한 당사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 제게 이제 중립적 자세는 단지 가해자를 옹호하는 수단에 불과한 비겁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류 교수는 주 씨를 향해 “주 씨 사모님이 하신 선생님 수업 녹음 원본, 전국민에게 공개하라. 그래서 주 씨의 억울함을 풀어라”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는 범위에서 일정 부분들 공개하겠다. 전부 공개는 주 씨가 하셔서 반드시 가족의 억울함과 장애 당사자 부모의 억울함을 풀라”라고 했다.
주 씨 부인을 향해서도 “지금이라도 주 씨에게 사과하라”며 “제가 왜 주 씨에게 사과하라는지 그 이유는 스스로 판단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주 씨는 지금 당신이 한 일을 수습하기 위해 가장으로서, 최선의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 교수는 자신의 요청 사항에 대해 별다른 설명 없이 “당신 남편은 지금, 당신이 한 일 때문에 당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만 썼다.
그는 또 “난 주 씨의 아들이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라는 것을 수업시간에 보여준 반응을 통해 온몸으로 느꼈다”면서 주 씨와 그의 아내를 향해 “얼마나 힘드셨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 국민, 정이 많다. 특수교사들 대부분은 더 그렇다. 제가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다. 아드님, 필요하면 제가 당분간 성심을 다해 보호하겠다”고 했다.
주 씨에 “저를 아들의 활동지원사로 고용하라”, “자원봉사로 제시간을 최대한 아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류 교수는 “우리 함께 이 일을 헤쳐나가자”라고 전하기도 했다.
류 교수는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 추모 모임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이 사건으로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억울함이 희석되지 않길 바란다. 저는 교사가 존중된 환경에서야, 아동 중심의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류 교수는 주 씨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교사의 수업 중 녹취록을 분석, “학대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서를 해당 교사 변호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EBS 보도에 따르면 류 교수는 교사가 주 씨 아들에게 쓴 “고약하다”는 표현은 받아쓰기 교재를 따라 읽는 과정에서 나왔고, 주 씨 아들의 반응을 봤을 때 정서적 모욕을 느낀 정황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너희 반 못 간다”고 말한 부분도 “왜 못 가?”라는 질문에 주 씨 아들이 신체를 노출한 일을 언급했고, 이에 “교사가 단호하고 명확한 질문 몇 마디로 의미 있는 훈육을 했다”고 봤다.
다만 류 교수는 “녹취록으로는 음성의 질과 높낮이 등 간접 정보까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도 한계”라고 말했다.
주 씨는 전날 2차 입장문을 통해 재판 중인 해당 교사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아이에게 녹음기를 들려 보냈던 것에 대해 “그간 학대 사건들에서 녹음으로 학대 사건을 적발했던 보도를 봐왔던 터라 이것이 비난받을 일이라는 생각을 당시에는 미처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주 씨는 상대 교사의 입장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봤다면서 “경위서를 통해 교사의 처지를 처음으로 알게 됐고 직위 해제 조치와 이후 재판 결과에 따라 교사의 삶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사건 발생 후 교사 면담을 하지 않고 바로 고소한 데 대해선 “모두 뼈아프게 후회한다”면서 당시 교육청과 교장에게 문의했지만 분리를 가능하게 하면서도 교사에게는 사법 처리를 하지 않도록 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안내를 한 곳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시에는 결국 학대 혐의로 고소를 해야 교사와 분리될 수 있다는 것만이 저희에게 남은 선택지였다”면서 “신고를 권장하도록 설계된 제도 속에서 이를 이용하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씨는 지난 1일 해당 교사에게 만남을 청했지만 교사 측에서는 주호민 측 입장을 공개하면 내용을 확인한 후 만남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주 씨는 지난해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주 씨는 자녀가 동급생 앞에서 신체를 노출하는 등 행동으로 통합 학급(일반 학생과 함께 수업받는 학급)에서 특수 학급으로 분리된 뒤 특수 학급의 교사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경기도교육청은 전날 이번 일로 직위 해제됐던 특수교사를 복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