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처치만 알았다면”…부족한 학교 안전교육
by김형환 기자
2022.11.01 14:44:56
학교서 안전교육받은 88% ‘기억 못해’
교사 “시청각 자료로 형식적 수업”
코로나 이후 33시간으로 줄이기도
전문가 “안전교육, 실습 중심으로”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지난달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당시 심폐소생술(CPR)을 할 줄 모르는 이들이 많아 긴급조치가 미흡했다는 있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016년부터 학교 현장에는 학기당 51시간 이상의 안전교육이 의무화됐지만, 이론 중심 수업에 그쳐 현실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임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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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6년 교육분야 안전 종합대책에 따라 ‘학교 안전교육 실시 기준 등에 대한 고시’를 발표했다. 고시에 따르면 유·초·중·고등학생은 학기당 51시간 이상 7개 영역에 대한 안전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7개 영역은 생활안전·교통안전·폭력예방과 신변보호교육·약물사이버중독예방교육·재난안전교육·직업안전교육·응급처치교육 등이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안전교육이 실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안전교육에 대한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시청각 수업 위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게 현장 교원의 설명이다. 경기도 한 중학교에 근무 중인 이모(27) 교사는 “안전교육이라고 해봐야 시청각 자료를 보여주고 말만 실습인 안전교육을 진행한다”며 “코로나19 이전은 잘 모르겠지만 이후는 확실히 심폐소생술 등을 실습 활동한 기억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등학교 재학 중 응급처치를 받고 4년이 경과하지 않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면접조사 결과 응급처치 내용을 모두 숙지한 학생은 163명 중 19명(11.7%)에 불과했다. 고등학교때 안전교육을 수료했다는 이모(21)씨는 “고등학생때 애니(심폐소생술용 실습 인형)으로 몇 번 해본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하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시청각 자료 볼때도 다들 자거나 자습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안전교육과 관련한 수업시수 자체가 줄어든 것도 큰 문제다. 교육부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학교의 업무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안전교육 시간을 기존 51시간에서 33시간까지 줄일 수 있게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로 개학도 늦어지고 수업 일수 자체가 줄어든 사례가 있다”며 “적극행정위원회에 이러한 사안을 올려 안전교육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예방교육·통일교육 등 이런 부분을 전반적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안전교육을 직접 실습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한 실정이다. 1일 김효숙 세종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현재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운영 중인 안전체험시설은 전국 12개에 불과하다.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안전체험관은 173개가 있지만 모두를 대상으로 열려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교육만을 위해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이번 이태원 참사 이후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학교 안전교육을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전날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심폐소생술 등 안전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이번 기회에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교육을 정규 교과로 지정해 실습 위주의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학교안전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의 경우 실습 위주의 안전교육을 교과목으로 올려 졸업 필수조건으로 지정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 교수는 “이론 중심의 학습에서 현장 실습 등으로 선제적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정 과목의 경우에는 교사가 수업하는 것이 아닌 전문가를 초빙해 수업하는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