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천 사장 "아시아나 기내식 사태 책임질 때"…임직원에 고별인사
by이소현 기자
2018.09.07 16:11:58
아시아나항공 인트라넷 통해 마지막 인사 남겨
"기내식 현안 마무리하기 위해 거취 표명 미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지난달 발생한 기내식 대란을 책임 지고 물러나게 된 김수천 아시아나항공(020560) 사장이 7일 회사 인트라넷을 통해 임직원에게 고별 인사를 남겼다.
김 사장은 지난 7월 발생한 기내식 사태와 협력사 대표의 자살 등 잇따라 벌어진 사태에 대해서 사퇴로 책임을 질 때가 왔다는 의지를 밝혔다.
앞서 게이트고메코리아(GGK)는 지난 7월1일부터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기로 계약하고, 영종도 보세구역에 기내식 공장을 신축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이 공장에서 불이 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아시아나항공과 GGK는 임시로 중소 규모 기내식 업체인 샤프도앤코에 업무를 맡겼으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약 1주일 간 일부 항공기가 지연 출발하거나 ‘노밀(no meal)’ 상태로 운항했다. 이후 기내식 공급 문제로 인한 지연 출발이나 노밀 운항은 없었지만, 기내식 품질에 대한 불만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 사장은 “지난 7월에 발생한 기내식 사태와 이어진 일련의 상황으로 아시아나를 아껴주신 고객과 임직원 여러분께 많은 실망을 드렸다”며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최종 책임은 전적으로 사장인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작에 제 거취에 대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였으나 당면한 현안을 마무리하기 위해 잠시 거취표명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이 두 달여 만에 완전 정상화를 앞두면서 김 사장이 기내식 대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내식 공급업체 GGK는 지난달 관세청으로부터 인천 영종도에 신축한 제조 설비에 대한 ‘보세구역 특허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오는 12일부터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직접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김 사장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정상화 등을 끝까지 마무리 하지 못하고 아시아나항공을 떠나게 된 점에 대해서도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 남겨진 짐도 적지 않은데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비록 여전히 적지 않은 난관이 가로놓여 있지만, 우리 임직원들은 서로를 격려하면서 물러서지 않는 용기와 놀라운 저력으로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하고 값진 결실을 거두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1988년 막 태어난 아시아나에 입사해 지난 30년간 아시아나인으로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자 보람이었다”며 회사를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김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창립 첫해인 1988년 판매관리직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0년간 아시아나항공을 지켰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에어부산 사장을 역임했으며 2014년부터 아시아나항공 사장을 맡았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에 따른 공로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김 사장은 “어디에 있든 제가 평생을 사랑해온 아시아나의 발전을 위해 뒤에서나마 힘을 보태겠다”며 “지난 시간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사장직에서는 물러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상근고문으로 그룹과 회사의 정상화를 돕게 된다.
한편, 이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오는 10일부로 아시아나항공 신임 사장에 한천수 아시아나IDT 사장을 선임했다.
한창수 신임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1986년 그룹에 입사한 후 1988년 아시아나항공 창업멤버로 참여했다. 2005년부터 아시아나항공 재무담당, 관리본부, 전략기획본부와 경영지원본부 임원을 거쳤다. 2015년 3월부터는 아시아나IDT 사장으로 옮겨 아시아나항공의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차세대 IT 운영 시스템 도입에 주력해 온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한 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 기획 전문가로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안정화를 통한 도약의 발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