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한반도 정세 급변에 ‘180도 달라졌다’(종합)

by김성곤 기자
2018.03.16 21:22:16

2월 9일 한일 정상회담서 아베 고강도 대북압박 주문
“북한, 올림픽 기간 남북대화를 하면서도 핵·미사일 개발 주력”
3월 16일 한일정상 45분간 전화통화…분위기 화기애애
아베, 文대통령 제안에 ‘북일대화 가능성’ 기대감 피력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80도 달라졌다. 불과 한 달 여전인 지난달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직전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는 고강도 대북제재와 압박에 무게를 뒀지만 16일 한일 정상통화에서는 북한과의 적극적인 관계개선 의지까지 내비쳤다. 아베 총리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최근 한반도 정세의 급변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화해 분위기가 4월말 남북정상회담 합의는 물론 역사적인 5월 북미정상회담 합의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재팬’ 패싱의 우려 속에서 기존 태도를 누그러뜨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9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용평 블리스힐스테이 양자회담장에서 가진 한일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사실상 설전을 벌였다. ‘뜨거운 감자’인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로 설전을 벌인 것은 물론 남북대화에 우려를 선보였다. 나아가 한미합동군사훈련 문제까지 거론할 정도였다.

아베 총리는 한반도 해빙무드와 관련, “북한은 평창올림픽 기간 남북대화를 하면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북한의 미소외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비핵화를 흐린다거나 국제공조를 흩뜨리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고 반박하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가 결국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 이런 분위기를 살려나갈 수 있도록 일본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지지를 요청했다.

한일 정상회담 다음날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추가 내용까지 공개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둘러싼 한일정상의 대화였다. 아베 총리는 “올림픽 이후가 고비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지한 의사와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며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발끈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말씀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될 때까지 한미 군사 훈련을 연기하지 말라는 말로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의 주권의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다. 총리께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아베 총리는 16일 오후 45분간 문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갖고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한일 정상간 통화 분위기는 설전에 가까운 난타전을 벌였던 한 달 전 만남과는 확연히 달랐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협력은 물론 문 대통령의 일본 조기 방문 문제가 논의될 정도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한 달 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 대북특사단 방북에 따른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이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합의라는 메가톤급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변화한 것을 주목하고 이를 이끌어낸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말이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한미일 세 나라가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미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북일관계 개선 필요성은 언급하자 아베 총리는 지난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의 평양선언 상황을 언급하면서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일 대화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까지 피력했다. 아베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가 결국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 이런 분위기를 살려나갈 수 있도록 일본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주기를 바란다”는 한 달 전 주문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