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15.01.20 17:31:30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직장인 최용득(39) 씨는 20일 점심시간을 활용해 연말정산을 하기 위해 국세청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www.yesone.go.kr)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한 시간을 허비했다. 최씨는 로그인에 앞서 프로그램 3개를 연달아 설치할 것을 강요당했다. 웹암호 보안프로그램인 NTSMagicLineBMX, 키워드 보안프로그램인 TouchEn Key Keyboard Protector, 악성코드를 잡아내는 프로그램인 nProtect Netizen v5.5 ActiveX였다.
이들 프로그램 설치창에는 모두 ‘이 형식의 파일은 사용자의 컴퓨터에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문구가 적혀있었다. 그러나 ‘설치 안 함’ 버튼을 누르면 로그인을 할 수 없었다.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에 접속하려면 좋든 싫든 반드시 설치해야만 하는 프로그램들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두 차례에 걸쳐 액티브X 폐지를 촉구했지만 이처럼 정부기관 사이트에서조차 액티브X를 비롯한 각종 플러그인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었다.
최씨가 프로그램을 모두 설치하자 이번엔 공인인증서가 문제였다. 로그인을 위해선 주민등록번호와 공인인증서가 필요한데 최씨는 공인인증서를 스마트폰에 저장해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은행 홈페이지 공인인증센터를 통해 스마트폰용 공인인증서를 컴퓨터로 복사했다. 공인인증서 역시 정부가 핀테크 육성을 위해 폐지키로 한 프로그램이다.
플러그인 설치와 공인인증서 복사 과정을 거치면서 구입한 지 4년 된 최씨의 컴퓨터는 업무처리 속도가 심하게 느려졌다. 그는 결국 한 차례 컴퓨터를 재부팅한 후에야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맞벌이인 데다 자녀가 없는 최씨는 “작년 연말정산 때 토해낸 돈이 73만원이다. 이번 연말정산에는 토해낼 돈이 더 늘어난다고 하는데 이런 고생을 해가며 세금을 내려니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