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컨터리 보이콧, 러시아 경제 큰 타격 없을 것"
by하상렬 기자
2024.07.30 16:55:22
국제금융센터 보고서
美, 제재 적용 개인·단체 4500여곳으로 확대
IMF 러시아 성장률 1.5%로 0.3%p 하향
"러시아 외환보유액 오히려 증가…갈등 안 피할 것"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주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히려 러시아가 중국, 이란 등 미국 조치에 비협조적인 국가와의 연대를 강화해 제재 회피의 축이 형설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30일 국제금융센터(국금센터)는 ‘미 러시아 제재의 세컨더리 보이콧 영향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대(對)러시아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 등에 대해 2차 제재 조치(세컨더리 보이콧)를 강화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2차 제재는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추가로 제재를 부과하는 것을 뜻한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에서 직접 제재대상과 함께 2차 제재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 개인 및 단체를 기존 1200여곳에서 4500여곳으로 확대했다.
일단 국금센터는 이번 조치가 앞으로 러시아의 무역과 자금 위축 등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에 군수품 등을 조달해 온 중국·튀르키예·태국 등의 물류·무역회사 같은 미국법을 적용받지 않는 대상에도 영향이 확대되면서 원유 등 무역거래 비용과 물가상승 압력을 야기, 상당한 성장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는 올초 선진국들의 대러 제재가 러시아 성장률을 0.2~0.3%포인트 하락시킬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IMF는 이를 반영해 이번 세컨더리 보이콧 발표 이후 내년 러시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5%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다만 국금센터는 궁극적으로 이번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긴 어렵다고 봤다. 앞서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지속된 서방의 장기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원유와 천연가스뿐 아니라 세계 2위의 무기 수출국 지위를 유지해 일정 수준의 성장을 유지했다. 또한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2022년 러·우 전쟁 이후 감소했지만, 최근 2년간 오히려 증가했다.
아울러 중국을 중심으로 이란, 북한뿐 아니라 여타 미국 조치에 비협조적인 국가와의 연대를 강화시키는 풍선효과도 우려됐다. 특히 미국의 제재가 중국·러시아·이란 등 반미 국가들 간 무역 및 경제 협력 응집력을 강화시켜 제재 회피의 축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됐다.
특히 국금센터는 앞으로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셩제를 기반으로 자국 이익을 위해 서방과의 갈등을 피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러시아의 과거 소련의 경제·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강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러 관계 개선 등으로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약화되면서 러시아의 정책 여력이 개선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더 나아가 미국 제재가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냥할 수 있어 미·중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고도 지적됐다. 실제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대러 제재를 조직적으로 위반할 경우 중국 대형은행에 대한 제재도 불사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국금센터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제재 타깃이 중국 등 비(非)우호 국가에 있어 위험 정도가 낮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