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중동의 평화 중재자' 자처 中 난감

by김겨레 기자
2023.10.10 14:03:51

中 "우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공동의 친구"
하마스 언급·비판 자제…이스라엘 ·美 "실망"
네타냐후 방중 계획 불투명…관계 냉각 가능성
"중국, 이스라엘에 영향력 한계 드러나"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에서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던 중국의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방중은 불투명해졌으며, 팔레스타인이 독립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중국의 ‘두 국가 해법’도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3월 중국의 중재로 이란-사우디아라비아가 관계를 정상화했다는 소식이 실린 이란 신문. (사진=AFP)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동에서 평화 중재자를 자처한 중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지속 가능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중국은 지역 안정을 저해하는 행동에 반대하며 휴전과 전쟁 종식, 조속한 평화 회복을 희망한다”고 밝혔을 뿐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언급·비판은 자제했다. 중국은 “우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공동의 친구이며, 근본적 해법은 ‘두 국가 해법’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두 국가 해법’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 경계선을 기준으로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를 만들어 이스라엘과 공존하게 만들자는 구상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러했듯 침략자(하마스)를 언급하길 피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즉각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베이징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고위 당국자인 유발 왁스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학살당하고 있는데 지금 해결책으로 두 국가 해법을 요구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면전에서 “중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연민을 보이지 않은 데 실망했다”며 이스라엘 지원을 압박했다.

올 들어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왔다. 친강 전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4월 리야드 알 말리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과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분쟁 중재 의사를 밝혔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중국에서 정상회담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 측은 미국 백악관이 그를 초청하기도 전에 시 주석으로부터 국빈 초청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군사 충돌으로 중국의 ‘중동 외교’ 성과는 퇴색될 위기에 놓였다. 올 연말 방중하려던 네타냐후 총리의 계획은 이번 군사 분쟁으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중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적 지원을 선언한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스라엘과의 관계도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대중 기술 수출 제한 속 이스라엘로부터 전자부품을 수입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악재다. 지난 6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국가안보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중국 향 수출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 등 전자부품이다.

중국이 이번 분쟁으로 이스라엘에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가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윌리엄 피게로아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국제관계학과 조교수는 “상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꺼이 중국에 다가갔던 사우디나 이란과 달리 이스라엘은 중국 정부에게 어떤 종류의 협정도 중재해달라고 요청할 동기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