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행진 1년반만에 ‘스톱’…여름 부담 덜었다

by김형욱 기자
2023.06.21 18:17:36

한전, 연료비조정단가 등 현행 유지 발표
김기현, 하반기 전기·가스요금 동결 시사
한전 누적적자 45조원 해소 과제 남겨져

[이데일리 김형욱 이유림 기자] 글로벌 에너지 위기 여파에 따른 국내 전기요금 인상 행진이 1년 반 만에 멈춰 섰다. 전기 소비량이 연중 최대가 되는 한여름을 앞두고 가정·기업의 비용 추가 부담 우려는 덜게 됐다. 다만 한국전력(015760)은 지난 2년간 45조원까지 불어난 누적적자를 요금 인상 없이 해소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게 됐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한전은 21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1킬로와트시(㎾h)당 플러스(+) 5원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산정 내역을 발표했다. 한전은 정부와의 협의 아래 매 분기 시작 전월 21일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해오고 있다.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 연료를 사오기 위한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한다는 취지다. 이 단가는 최대 조정 폭이 1㎾h당 ±5원이다. 이미 +5원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이를 조정하지 않는 건 요금 동결을 의미한다.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요소는 연료비 조정요금 외에도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등이 있다. 그러나 통상 다른 요금 역시 연료비조정단가와 동시에 발표하는 만큼 사실상 3분기 전기요금 전체가 동결된 것이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정부와 한전은 3월 말 올 2분기 전기요금 조정 때도 요금 인상을 추진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이 국민 부담 가중을 이유로 속도조절 방침을 고수해 진통을 겪었다. 당정은 결국 통상적인 의사결정 때보다 한 달 반가량 미뤄진 5월 중순이 돼서야 한전 사장 조기사퇴와 한전의 추가 자구안 발표를 전제로 1㎾h당 8원을 인상하는 안을 확정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도 정부가 요금 인상이 이뤄진 지 한달 만에 다시 요금 인상에 나서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부담을 고려할 때 인상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전기요금 인상 행진은 6개 분기 만에 멈췄다. 가정·기업으로선 당장 올여름 추가 요금인상 부담을 덜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 2분기 1㎾h당 6.9원을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올 2분기까지 5개 분기에 걸쳐 1㎾h당 총 40.4원을 인상했다. 평균 인상률로 따지면 39.6%다.

업계는 4분기에도 전기요금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전기요금 인상의 주된 원인이었던 국제 석탄·가스 가격이 하향 안정화하고 있는 데다, 여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에너지요금 추가인상을 결정하는 데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다행히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 추세 유지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전기·가스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와 한전으로선 지난 2년간 45조원까지 불어난 한전 적자를 요금 인상 없이 해소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정부는 한전이 지난 2년간 쌓은 누적 적자를 해소하려면 올 한해 1㎾h당 51.6원을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1~3분기 누적 인상액이 21.1원이고, 4분기도 동결 가능성이 크다.

현 국제 에너지 가격 하향 안정 추이를 이어간다면 한전이 연내 분기 기준 흑자 전환할 가능성은 있으나, 추가 요금인상 없이 앞서 쌓인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한전은 2~3배 폭등한 발전원가 탓에 지난해 32조6000억원이라는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올 1분기에도 6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6일 한전이 올 2분기에도 1조1000억원의 추가 영업적자를 낸 이후 3분기 들어서야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 용산구 한 주택가 설치된 전력량계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