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물량 풀렸다는 대치 은마, 전셋값은 오히려 상승..왜?

by강신우 기자
2021.08.11 15:41:15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화’가 무산되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월세 물건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전셋값은 규제 백지화전보다 더 많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11일 국회와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은마아파트의 전세와 월세 물건은 269건, 19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에서 재건축 조합원에게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뺀 이후 약 한 달 만에 전·월세 물건이 각각 263%(74→269건), 139%(80→191건) 늘었다.

도정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재건축 조합원은 해당 아파트에 2년간 실거주해야만 분양권을 얻을 수 있다. 애초 정부는 재건축시장의 갭투자(전세 낀 매매) 방지를 위해 이 같은 규제를 마련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전세 물량이 줄어 임대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부는 이를 밀어붙였지만 전세난이 심해지자 결국 1여 년 만에 규제를 철회했다.

규제 백지화 이후 한 달이 지나면서 임대 물건을 쏟아지고 있지만 호가는 오히려 더 올랐다. 전용면적 77㎡ 기준 시세는 8억~10억원까지 형성돼 있다. 지난달 초(규제 백지화전 계약일 기준) 실거래가가 4억5150만원~9억2000만원까지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최고가에서 호가 8000만원을 더 부르는 셈이다.

이는 2년 실거주 의무화를 시행한다는 소식에 집 주인이 수 천만~1억원 이상 들여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한 비용이 시세에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2년 실거주 의무화가 백지화하자 온라인 부동산커뮤니티에는 “실거주해야 한다고 해서 1억원이나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은마아파트 상가 내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수리가 된 물건 중 저층을 기준으로 8억원대에서 ‘특올수리’ 물건은 10억원까지 나와있다”며 “집주인들이 들어와 살려고 내부를 새아파트처럼 인테리어했는데 2년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서 물건을 내놓는 분위기고 수리만 하고 비워 둔 집이 많다”라고 했다.

실제 포털사이트 네이버부동산에는 ‘최상급 특올수리’ ‘최근 특올수리’라는 설명이 따라 붙은 물건이 많다. 일반적으로 특올수리는 도배, 장판 교체는 물론 새시 등 내부 전체를 수리한 상태를 말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 물량이 쌓이면서 전셋값은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실거주 2년 요건을 없애기로 하면서 임대 물건이 많이 나왔고 매물이 쌓이면 수리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얼마간 전셋값 조정이 올 수밖에 없다”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하향하지는 않고 물건이 소화되면 다시 종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