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강화…기존 재건축·새 아파트 몸값 더 뛸 것"

by정다슬 기자
2018.02.20 15:59:30

강남구와 서초구 5만가구.. 이미 안전진단 마쳐
규제 상대적으로 덜한 재개발 단지도 수혜 예상
준공 10년 내 새 아파트도 반사이익 기대감 솔솔

△정부가 재건축주공1단지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전경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해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서울 강남·서초구 등에서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상당수의 아파트가 안전진단을 진행하고 있거나 완료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 지역의 경우 안전진단 규제를 피한 것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서초구에서 안전진단을 받아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는 각각 3만 1080가구, 1만 6330가구다. 아직 재건축 추진위원회 단계로 조합조차 설립하지 못한 강남구 압구정 구현대·한양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도 이미 안전진단을 끝내 이번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강남구 관계자는 “대다수 단지가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이 도래하기에 앞서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안전진단을 신청하기 위한 절차를 미리 끝낸 상황”이라며 “지난해 기준으로 재건축 연한이 다가온 대다수 단지는 안전진단을 끝냈거나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관계자 역시 “이미 대다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안전진단을 마친 상태”라며 “당장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을 위한 문의가 오거나 신청을 하려는 단지는 없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1988년에 준공된 방이동 올림픽선수촌(5540가구)·문정동 올림픽훼밀리 아파트(4494가구)의 경우 아직 재건축 연한이 다가오지 않아 꼼짝없이 강화된 안전진단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1986년 준공된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1356가구)는 현지조사를 마치고 안전진단기관에 신청을 앞둔 상태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위한 용역비용도 모두 낸 상태”라며 “안전진단기관 선정이 끝나면 신청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락우성1차와 가락미륭아파트는 안전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강동구의 경우 현재 무더기 안전진단 신청이 들어와 있다. 정부가 재건축 연한 연장, 안전진단 강화 등을 시사하자 명일동을 중심으로 몰려있는 재건축 초기 단지들이 서둘러 안전진단에 나선 것이다. 강동구에 따르면 현재 안전진단의 전 단계인 현지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단지는 고덕현대(524가구)·고덕주공9단지(1320가구)·명일신동아(570가구)·명일우성(572가구)·삼익그린2차(2400가구)등이다. 아직 본격적인 안전진단이 이뤄지기까지는 한 달여 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규제 적용의 갈림길에 섰다.

안전진단 강화가 오히려 강남권과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큰 상황에서 공급 축소 신호로 받아들여져 준공 후 10년 이내의 새 아파트나 재건축이 가능해진 단지들의 가격을 더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할 것으로 보이는 단지들은 ‘겹호재’를 맞은 셈이다. 서초구 반포동 D공인 관계자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가 한 달 만에 4억 8000만원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며 “안전진단 강화로 강남권 고급아파트 공급이 줄어든다면 새 아파트나 재건축사업이 본격화한 아파트에 날개를 넘어 로켓을 달아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시장이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재개발 단지의 몸값이 올라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강남과 인접해 있고 한강을 끼고 있으며 재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용산과 성수동,노량진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노무현 정부 때도 안전진단 규제를 강화해 재건축 수요를 잠재우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공급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가격과 공급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