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공시, 10곳중 1곳뿐…자율 맡겨선 효과없다

by정수영 기자
2017.10.25 14:39:51

지배구조보고서 공시한 상장사 전체의 9.6% 그쳐
준수율 평균 43.6%, 공시율 평균 56.4%로 낮아
자율공시 도입으로 실효성 떨어져..의무화해야
경제개혁연구소, 기업지배구조 공시현황 평가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한국거래소가 올해 첫 도입한 기업지배구조 공시제도를 의무 이행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율공시로 이행 실적이 저조한데다 준수율과 공시율도 낮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5일 이슈&분석 리포트에서 기업지배구조 공시제도에 따른 유가증권 상장회사 공시현황을 평가한 결과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지배구조 Comply or explan’(원칙준수 또는 예외설명) 공시제도는 특정한 지배구조를 갖추도록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모범규준이 제시하는 사항을 준수하되 그렇지 못할 경우 그 사유를 설명해 이해관계자들의 평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한 유가증권 상장사는 전체 대상회사의 9.6%,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연초 이미 보고서를 공시한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4.4%로 이행실적이 상당히 저조하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거래소가 준수여부 공시사항 ‘예시’로 제시한 52개 항목 중 12가지를 선정해 준수율과 공시율을 평가했다. 준수율은 미해당 회사(항목)를 제외한 전체 항목 중 준수공시 회사 비율, 공시율은 준수공시와 미준수공시 항목 비율이다.



이 결과 준수율은 최저 6.5%, 최고 83.9%로 평균 43.6%로 나타났다. 공기업이나 민영화된 공기업 준수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지배주주가 있는 민간기업 준수율이 낮은 편으로 나왔다. 서면투표와 전자투표 도입(6.5%), 집중투표제 채택(16.1%), 최고경영자승계 프로그램 운영(19.4%) 등 경영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항목 준수율이 특히 낮았다. 항목별 ‘공시율’ 역시 최저 19.4%, 최고 87.1%로 평균 56.4%로 낮은 편이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이근본적으로 거래소 공시기준이 기업 자율로 공시항목을 선택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실제 미준수 공시 123건 중 설명이 있는 경우는 44건으로 35.8%에 불과했다.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은 “기업 자율로 공시 항목을 선택해 공시할 수 있고, 미준수라고 공시하고 그 사유를 설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거래소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최대한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방침이지만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또 “일정 규모 이상 또는 주식이 많이 분산된 기업에 대해서는 지배구조공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거래소가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OECD 권고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OECD는 각국의 기업지배구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46개 국가 중 45개국의 기업들이 기업지배구조 규범을 의무 준수하거나 그 여부를 공시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아무런 실행 메커니즘을 도입하지 않고 있었다. 거래소는 이에 따라 지난 3월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시행세칙을 개정, ‘Comply or explan 방식’이 기업지배구조 공시제도를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