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로 출발한 어닝시즌…실적랠리 기대 커진다

by이재호 기자
2016.07.07 15:28:44

삼성전자 2Q 영업익 8.1조 ''깜짝 실적''
환율·유가 우호적, 국내기업 이익 개선
브렉시트 등 대외 불확실성 주목해야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삼성전자가 8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분기 어닝시즌 첫 테이프를 산뜻하게 끊었다. 시장도 즉시 화답했다. 코스피지수가 1% 이상 오르는 등 당분간 실적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이 현실화할 경우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의 실적 개선이 박스권에 갇힌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2분기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매출액 50조원,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1% 늘었고 영업이익은 17.39% 증가했다.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 평균치가 7조157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어닝 서프라이즈급 활약이다.

증시도 들썩였다.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20.96포인트(1.07%) 오른 1974.08에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 만에 197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도 17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는 등 다시 매도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 주가는 2.04% 급등한 145만원으로 마감됐다. 150만원 안착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2분기 대비 개선될 것”이라며 “주가도 단기간 내에 급등하지는 않겠지만 점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뒤를 잇는 국내 기업들도 대부분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는 성적을 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화와 신흥국 통화 강세 등으로 실질실효환율이 정상화하면서 2분기 국내 기업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당초 기대치가 낮았던 점을 감안해도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확실히 개선되고 있다”며 “연간으로 두자릿수 영업이익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수주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우려했던 수출주까지 환율과 유가 등 경영여건 호전에 힘입어 선전할 경우 실적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국내 기업들의 이익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밸류에이션 부담도 완화하면서 예상보다 빠른 안도 랠리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IT 관련주로 확산될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며 “2분기 수출 감소에도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거둔다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증권사들의 하반기 코스피 예상 등락폭은 1750~2300선 수준이다.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2000선은 무난히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승세가 이어질 지는 대외변수의 향방에 달렸다.

브렉시트 우려가 다시 확산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영국의 부동산펀드 환매 제한 등 실물경제 파장이 잇따르고 있고 이탈리아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도 막대해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라며 “외국인 매도세가 재현될 경우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 효과가 희석되고 차익 매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오는 10월 영국의 신임 총리 선출, 연말 미국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이벤트가 산적해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EU)과 영국 간의 협상 추이와 미국 대선정국 흐름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다양한 대외변수가 부정적인 쪽으로 진행된다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지수 변동보다 개별 종목의 상승 여력을 투자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어닝 시즌 분위기가 좋을 때 실적 개선폭이 큰 종목을 골라 담아야 한다는 의미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전체 시장보다 각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