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으로 암 진단하는 시대 열린다”
by강경훈 기자
2016.06.23 15:42:51
혈액, 복수, 소변서 암 유전자 찾아내
美 FDA, 이달 세계최초로 승인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기자간담회에서 암치료 관련 최신 연구결과들이 소개됐다. (사진=대한항암요법연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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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진단하거나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정하기 위해 유전자검사를 하려면 지금까지는 암조직을 직접 떼어내 검사를 하는 조직생검을 해야 했다. 앞으로는 혈액이나 소변, 복수 등 체액으로 암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미국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암치료와 관련된 최신 임상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간담회에서 손주혁 홍보위원장(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은 “액체생검을 이용한 맞춤 항암치료 시대‘를 주제로 발표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암은 정상세포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하는데, 같은 부위에 암이 생긴 환자라도 서로 다른 유전자 변화를 갖게 된다. 따라서 암은 환자별로 각기 다른 암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을 정확히 진단해서 이를 바탕으로 치료법이나 치료제를 결정해야 한다.
암조직을 직접 떼어내는 ‘조직생검’을 위해서는 바늘이나 내시경 등을 이용해 환자의 몸에 손상을 입혀야 해 시술 중 중대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또 위치에 따라 암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에는 재검사가 불가피했다. 액체 생검은 이런 시술 없이 혈액이나 복수에 든 암 유전자의 흔적을 찾는 방법이다. 손주혁 교수는 “같은 환자라고 해도 암덩어리마다, 또는 같은 암덩어리라고 해도 서로 다른 다양한 생물학적 특성을 나타낸다”며 “따라서 한 환자의 암덩어리 중 한 부위에서만 얻은 조직만을 가지고 치료를 하면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액체 생검은 미국에서 이미 상용화됐다. 미국 FDA는 폐암 표적치료제인 엘로티닙(제품명: 타세바)을 쓸 때 유전자 돌연변이를 혈액으로 검사할 수 있는 진단법을 세계 최초로 이달 승인했다. 로슈진단이 개발한 ‘코바스 EGFR 돌연변이 검사 V2’는 폐암 조직에서 혈액으로 흘러나온 암관련 유전자의 DNA를 찾아낸다.
이 외에도 ASCO에서는 폐암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T790M이라는 유전자가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로실레티닙이라는 치료제를 쓰기 전에 환자의 폐암조직과 혈액, 소변 샘플에서 이 유전자를 찾는 진단검사와 실제 조직생검 간에 80% 정도의 일치율을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비롯해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액체 생검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결과도 소개했다. 손주혁 교수는 “액체 생검은 개인별 맞춤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한 암유전자 변이정보를 쉽게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하지만 혈액 내 소량의 DNA를 분석하기 때문에 앞으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