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남 기자
2015.02.25 14:54:38
당정청, 박근혜정부 3년차 시작과 함께 정책조정협의회
"당 중심으로 정책 계획·홍보·집행 등 추진…조율 공고히"
일각서 '친박' 내각과 '비박' 새누리 추후 파열음 우려도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집권 3년차 들어 여권 내부의 정책기조가 급변할 조짐이다. 지난 2년간 청와대와 정부가 주요 정책의 계획·입안·홍보·집행 등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새누리당으로 주도권이 옮겨간 것이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첫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부터 이같은 기류가 다분했다.
△군인·사학연금 추진 논란 △연말정산 파동 △건강보험료 개편안 논란 등 당이 사실상 배제된 정책 추진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이를 막아야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위기감도 그 기저에 있다.
당정청은 박근혜정부 3년차 첫날인 이날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1시간20분가량 첫 정책조정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중요하니 당을 중심으로 하자고 했다”면서 “정책홍보 문제도 당이 국민들과 가장 가까우니 당 중심으로 해야 소통도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당이 책임을 진다기 보다는 당을 중심으로 계획부터 홍보, 집행까지 (주도적으로 하자는 얘기가 있었다)”라고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유익한 자리였다”면서 “앞으로 당과 여러 정책 형성과정부터 잘 해서 당정청이 일체감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은 이날 청와대·정부 중심으로 중점법안을 정하는 등의 방식을 깨고 이제는 당에 맡겨달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경제활성화 법안의 늑장 처리를 ‘불어터진 국수’에 빗댄데 대해서는 “야당을 존중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도시가스 요금인하 발표안을 정부가 당과 조율하지 않고 만든 사실도 거론됐다. 예전 당정청 회의와는 달리 당이 청와대·정부를 향해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청와대·정부가 원하는 것을 다 받을테니 일방적으로 하지 말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최 부총리 등 정부 측도 최대한 야당을 배려해 11개 남은 경제활성화 법안의 내용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정부 측은 특히 야당이 의료민영화라며 반대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에 대해 ‘그 부분을 다 제외해서라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건보료 개편 등도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의 경우 국민대타협기구가 조속하게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당정청은 세월호 참사 이후 인양 등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 문제 역시 당을 배제하지 말고 여권 전반이 함께 조율하기로 했다. 다만 인양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고, 인양 비용 등 구체적인 내용도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중심’ 정책 조율은 앞서 모두발언에서도 두드러졌다.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검토하는 모든 정책을 입안부터 발표까지 당과 긴밀하게 조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최경환 부총리는 “집권 3년차는 가시적으로 성과를 내야 할 시기”라면서 “(정책조정협의회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당정청 협의회 직후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김무성 대표가 “집권 3년 차의 화두는 책임이 돼야 한다. 새누리당은 책임여당, 정부는 책임총리·책임장관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정책조율에 있어 당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가 일각에서는 친박(친박근혜) 체제의 내각과 비박(비박근혜) 기류가 상당한 당이 추후 여권 내 헤게모니 다툼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상견례를 넘어 실제 세부 의제를 다룰 두번째 협의회부터는 파열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정청은 추후 협의회 일정은 아직 잡지 않았다. 앞으로는 국회와 총리공관 등에서 번갈아가며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당정청은 협의회를 확대회의와 실무회의를 구분해 진행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