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재활용으로 IRA 대응”…2040년 87조원 시장 열린다

by박순엽 기자
2022.09.21 17:12:03

IRA·자원 무기화에 ‘폐배터리 재활용’ 주목
중국산 의존도 낮추면서 순환 경제도 구축
“궁극적으로 배터리 원자재 확보하는 방안”
공급망 안정화에도 도움…관련 시장 급성장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로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급성장하며 중국산 배터리(이차전지) 소재와 광물 시장을 대체하리라는 예상이 나온다. 2025년 3조원 시장이 15년 만에 30배 가까이 성장하리라는 전망까지 제기될 정도다.

21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40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5년 3조원으로 연평균 47% 성장한 뒤 2030년 12조원, 2040년 87조원 등으로 2025~2040년 사이 연평균 26% 성장할 전망이다.

심태준 영풍 전무는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KABC(Korea Advanced Battery Conference) 2022’에서 “미국의 IRA 발효와 인도네시아 등 광물 수출국의 국유화 수출 통제 이슈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으로 해외 진출하기 좋은 기회가 열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태준 영풍 전무가 2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KABC(Korea Advanced Battery Conference) 2022’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최근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배터리 소재·광물 공급망을 안정화할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발효된 미국 IRA는 물론 △배터리 생산 시 재활용 소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유럽연합(EU)의 규제안 △배터리 원자재 생산국들의 자원 무기화 움직임 등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말 그대로 다 쓰거나 사고로 버려진 배터리에서 원재료를 추출해 이를 새로운 배터리에 탑재할 원재료로 바꾸는 과정을 말한다. 이를 활용하면 배터리 순환 경제 구축과 동시에 70~80%에 이르는 중국산 소재·광물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이에 따라 영풍 등 국내·외 관련 기업들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이날 발표에 나선 심 전무는 영풍이 지난 50여년간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며 쌓아온 금속 회수 기술을 활용해,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리튬 90%, 코발트와 니켈·구리는 95% 이상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 전무는 “다음 달엔 석포제련소 내 건식 용융 기술로 연간 2000톤(t)(전기차 8000대분)의 폐배터리를 처리하는 파일럿 공장을 세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관련 업체와 협력하거나 계열사들을 통해 수직계열화하는 방식으로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차그룹, 고려아연 등 배터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업계 외에도 SK에코플랜트, GS건설 등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진출 소식을 알린 상태다.

여러 기업의 진입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안정화하면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배터리에 쓰일 원재료를 확보하게 되리란 관측도 나온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난 20일 KABC 2022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배터리 원재료를 확보하는 동시에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다시 쓰이는 원자재만 오는 2025년엔 12만t, 2030년엔 40만t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30년 배터리에 필요한 원자재 400만t의 10%를 차지하는 규모다. 박 연구원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문제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