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가격인상 초래한 구글, 방통위 전방위 압박…‘실효성’은 걱정
by노재웅 기자
2022.03.30 16:23:33
구글, 외부 결제 홍보·링크 시 앱 삭제 엄포놓자
방통위 “인앱결제법 취지 반한다” 유권해석 나서
사실조사에 협조 안하면 매일 이행강제금 부과
위반기간 짧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 가능성도
구글 미국선 스포티파이와 제휴, 한국 기업만 울상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구글이 오는 4월 1일부터 새로운 결제정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줄줄이 요금 인상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게임에만 적용됐던 인앱결제가 사실상 OTT, 웹툰 등으로 의무화된 것이다. 이리 될 경우 구글에 줘야 하는 결제 수수료가 늘어난다.
정부와 국회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마련했지만, 구글은 이를 사실상 무시한 채 내달부터 변경된 결제정책을 시행한다. 구글의 자체 결제 시스템을 쓰거나 구글이 제시한 틀에 맞는 결제 시스템만 허용하고, 앱 개발사들이 그동안 써오던 외부 웹 결제를 안내하거나 링크만 걸어도 앱을 삭제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느 강화된 제재금 조치와 사실조사 착수로 전방위 압박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상태에선 이행강제금이나 과징금의 규모가 작아 구글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바꿀 정도의 실효성을 발휘할지 우려된다.
방통위는 30일 위원회 회의를 열고 정부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사업자에 부과하는 제재금을 상향했다. 이전에는 사실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일회성 과태료 부과가 전부였는데, 이제는 협조할 때까지 매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구체화한 것이다.
방통위는 법 위반 여부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사업자에게 사실조사 자료를 요청했음에도 사업자가 2회 불응할 경우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의 ‘매출액’ 기준을 ‘하루평균매출액’으로 구체화하고, 산정기준을 마련했다. 구체적인 산정기준은 법제처 심사와 차관,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4월20일부터 확정돼 시행된다.
이번에 강화된 이행강제금 시행령은 인앱결제 문제로 우리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구글이 첫 번째 적용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구글은 최근 앱 개발자들에 인앱결제 혹은 인앱결제 내 제3자 결제 방식만 허용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외부 결제는 안내(홍보)를 할 수도, 링크를 걸 수도 없도록 했다. 이러한 정책은 4월1일부터 시행되며 6월까지도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아예 앱을 삭제하겠다고 구글은 공지했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는 국내 OTT 업체들의 구독료 인상으로 이어졌고, 곧 이용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웨이브와 티빙은 새롭게 발생한 앱마켓 결제 수수료에 따라 프리미엄 기준 1만3900원 요금을 구글 앱마켓 내에서 각각 1만6500원, 1만6000원으로 인상했고, KT 시즌도 상반기 내 요금인상 개편에 나선다.
방통위는 구글이 아웃링크 외부 결제 방식을 막는 행위가 개정 전기통신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고 현재 유권해석을 진행 중이다. 유권해석을 통해 구글의 위반행위가 명백히 인지되면, 다음은 사실조사 착수 단계로 이어진다. 이날 의결된 이행강제금 상향 조치는 구글이 사실조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을 대응해 마련한 선제조치로 볼 수 있다.
다만 구글은 매출액 산정 과정에서도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매출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하루당 200만원 이내의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시행령에 명시했다. 구글처럼 대규모 사업자 입장에선 미미한 수준인 탓에 강제 이행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사실조사에 착수해 최종적으로 과징금 제재를 하더라도, 이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고민도 존재한다. 현행법상 위반기간에 발생한 관련 매출의 2%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시행령 및 고시를 완비한 이후인 올 3월15일부터든 법 자체가 시행된 지난해 9월14일부터든 기간이 워낙 짧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과징금의 실효성에 대한 내부 고민이 있다”면서 “법 취지에 반한다는 압박을 구글에 계속 하면서 실태파악을 하고, 이것이 축적되면 사실조사로 전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국 법을 무시 중인 구글은 미국에선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기업인 스포티파이를 회유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인앱결제와 함께 개발자 자체 결제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OTT인 넷플릭스는 아예 자체 홈페이지에만 결제 기능을 두고 꿈쩍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 국내 기업은 넷플릭스와 같은 대응은 고사하고, 스포티파이처럼 협력 모델을 기대하기조차 힘든 형편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는 지난 2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인앱결제강제방지 법안의 목적은 정당했지만 정부가 의욕이 앞서 세심한 제도 설계가 미비했다”면서 “전 세계 최초 입법 타이틀 외에 법 수용성과 집행 가능성을 제대로 고려했는지를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