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은행도 검사 부담 줄인다…“수시 테마검사 확대”(종합)

by김미영 기자
2021.11.09 16:15:35

9일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
‘사전적 감독·상시감시’, 감독방향으로 제시
1,2금융권 대출금리 역전에도 “시장자율 존중”
은행권 반기지만…일각선 “시장 편향적”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을 대상으로 리스크 취약 부문에 대한 ‘수시 테마검사’를 확대하겠다고 9일 밝혔다. 사후적 감독보다는 사전적 예방에 방점을 두겠단 방향성도 제시했다. 정 원장이 ‘세련되고 균형잡힌 검사체계’를 기치로, 시장친화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단 평가다.

정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향후 감독업무 방향을 설명하고 은행권 주요 현안에 관한 논의를 했다.

그는 “대내외 경제·금융환경의 불확실성 증대로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커진 상황으로 대내외 위험요인을 미리 파악해 철저히 관리하는 사전적 감독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운을 뗐다. 이어 “금융시스템 및 금융회사의 각종 리스크요인을 신속하게 감지해 찾아내는 상시감시기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시감시·감독을 위한 방안으로는 스트레스테스트 및 시나리오 분석을 포함한 미래 예측적인 감독수단 고도화, 은행 건전성 평가를 토대로 한 리스크 취약요인 파악 및 가이드 제시 등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상시감시 등으로 파악된 중요 위험요인엔 적기에 신속히 검사를 실시해 선제 대응하는 수시 테마검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금융지주사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종합감사 손질 방침과 마찬가지로 금융권에 부담을 주는 정기·종합검사 부담을 덜어주겠단 취지로 해석됐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종복 SC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유명순 씨티은행장, 권준학 농협은행장(사진=금감원 제공)
은행권에선 일제히 환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이 터진 다음에 감독해서 처벌하는 것보다 사전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전임 원장과 확실히 다르게 시장친화적인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장기화 등으로 사회적 역할만 주문 받았던 은행에 이제 성장을 위한 토대·환경을 열어주려는 것 같아 기대된다”며 “세계적인 추세로 보나,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으로 보나 사전예방·감독이 맞다”고 했다.



정 원장은 최근 가계부채 관리의 영향으로 상호금융보다 은행권 대출금리가 더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데 데해서도 ‘시장 자율’을 앞세워 개입하지 않겠단 뜻을 시사했다. 그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1,2 금융권 대출금리 역전 상황에 “금리라는 것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으로 시장 자율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한다”면서 “다만 감독 차원에선 계속해서 아주 신중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강도 가계부채 대책을 이유로 은행들의 우대금리 축소·폐지가 이뤄지고 있단 지적엔 “거기까지 검토한 사항이 없다”면서 “시장에서 이런 금리의 전체적인 흐름 등에 대해 현재 신중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점만 말하고 싶다”고 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조치도 강조했다. 그는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감독의 주안점을 두겠다”며 “소비자 피해 발생 우려가 있는 금융상품은 금융상품 약관의 제·개정 및 심사 과정에서 걸러질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양증권 사태, 사모펀드 사태, 머지포인트 사태 등 과거 금융사고 발생 전에 나타난 징후를 분석해 보다 실효성 있는 사고 예방기법도 강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은행권을 향해선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기능의 실효성 있는 작동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차질 없는 이행 △서민·취약계층에 세심한 관리 △빅테크·핀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혁신 노력 등을 당부했다.

정 원장의 이러한 친시장 행보에 비판도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측은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에서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는 맞지 않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둬야 할 금감원장이 소비자보다 시장에 친화적이고 편향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국민은행 허 인 행장, 신한은행 진옥동 행장, 우리은행 권광석 행장, 하나은행 박성호 행장, 농협은행 권준학 행장, SC제일은행 박종복 행장, 씨티은행 유명순 행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