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수지’가 살린 유화업계… ‘코로나’에도 수출 키웠다

by김정유 기자
2020.08.20 14:53:27

상반기 유화 수출 전년比 7%↑, 615만t 기록
합성수지 수출만 유일하게 11% 늘어 ‘눈길’
중국 수요 확대 및 코로나19에 포장재 등 호조
반면 합섬원료는 부진, 하반기는 불확실성 여전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올 상반기 수출을 확대하며 선전을 이어갔다. 특히 ‘최대 수요처’ 중국으로의 합성수지 수출이 크게 늘면서 전체 수출 실적을 견인한 모습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온라인 거래시장 확대로 포장재 등의 수요가 크게 늘며 수출은 물론 내수 판매까지 확대됐다. 다만 올 하반기엔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출도 다소 제약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유화업계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6.6% 증가한 615만4000t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에 합섬원료와 합성고무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했지만 합성수지 분야의 호조로 전체 수출 증대를 견인했다. 상반기 국내 합성수지 수출은 447만3000t으로 전년 동기대비 10.5% 늘었다. 합섬원료(-2.8%)와 합성고무(-0.1%) 수출이 모두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행보다.

현재 석유화학협회에선 크게 △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 등 3개 사업 부문으로 전체 실적을 분류하고 있다. 올 상반기 눈에 띄게 활약을 보인 합성수지는 산업용 소재·부품, 포장재 및 필름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유화 제품군이다. LG화학(051910), 한화솔루션(009830)(한화토탈), 롯데케미칼(011170), 대한유화(006650) 등 주요 유화업체들은 대부분 합성수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선형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 폴리에틸렌(PP), 폴리염화비닐(PVC) 등이 대표적인 합성수지 제품들이다.

합성수지는 국내 유화업계 의존도가 높은 대(對)중국 수출도 전년 동기대비 29.0% 늘어난 276만6000t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산업용 강관 등에 사용되는 PVC의 경우 올 상반기 대중국 수출 증가폭이 655.6%나 올랐고 포장재 등에 쓰이는 HDPE 수출도 50%나 증가했다. 중국이 4~5월 이후 코로나19 완화에 산업활동을 재개하자 국내 유화제품 수입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업체들의 합성수지 생산도 확대됐다. 상반기 국내 합성수지 생산은 전년 동기대비 4.5% 늘어난 715만5000t을 기록했다. 실제 한화토탈은 HDPE 40만t을, 한화솔루션은 PVC 13만t을 올 상반기 증설 완료하고 생산량을 늘렸다. 내수시장에서도 HDPE의 경우 올 상반기 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7.7% 늘었고, LDPE 역시 8.5% 증가했다.

이 같은 합성수지 수출과 생산 확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포장재 등 일부 제품군의 수요가 높아진 영향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내수시장만 하더라도 상반기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5월 기준)이 전년 동기대비 17.8% 늘어난 바 있다. 유화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온라인 거래와 포장재 수요 확대가 일부 합성수지 판매를 끌어올린 측면이 있다”며 “특히 중국은 포장재 관련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이라 국내 업체들 일부는 친환경 포장재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때 국내 유화업계의 효자품목으로 꼽혔던 화섬원료는 올 상반기에도 부진했다. 시황 악화로 합성원료 전 품목의 가동률이 하락해 상반기 생산이 전년 동기대비 18.8% 감소한 291만3000t에 그쳤다. 에틸렌글리콜(EG) 같은 제품은 롯데케미칼 납사분해시설(NCC) 가동 중단에 따른 원료 수급 차질로 생산이 크게 감소하기도 했다. 대중국 수출 역시 전년 동기대비 8.8% 감소하는 등 휘청였다. 합성고무 역시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전방산업인 자동차 시장 수요 위축우로 생산과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올 상반기는 코로나19 확산세에도 합성수지의 선전으로 수출 등 실적이 선방했지만 하반기는 전망이 다소 우울한 상황이다. 역시 관건은 코로나19 재확산 여부다. 업계는 올 하반기 유화제품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1.5%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감소와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글로벌 시장 수요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국내 생산기반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고, 국내 기업들의 대응 능력이 세계적으로도 우수한만큼 코로나19 회복 즉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