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17곳 중 7곳서 진보·보수 ‘진검 승부’
by신하영 기자
2022.05.31 16:08:54
보수·진보 분열 없는 양자대결…4년 전 대비 3곳↑
경기·부산·대구·울산·충북·경남·제주 등 7곳서 접전
단일화 여부에 따라 승부 갈려…보수진영 학습효과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첫날인 5월 12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선관위에서 김석준(왼쪽부터), 하윤수 부산교육감 후보가 후보등록을 마친 뒤 접수증을 보여주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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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1일 치러지는 전국 교육감선거에선 17개 시·도 중 7곳에서 진보·보수 간 양자대결이 벌어진다. 교육감선거는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단일화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이런 가운데 4년 전 선거에 비해 양자대결 구도가 확대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대 후보 분열로 의한 어부지리 없이 진검 승부가 펼쳐질 수 있어서다.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교육감선거에서 진보·보수 1대 1 대결이 치러지는 곳은 경기·부산·대구·울산·충북·경남·제주 등 7곳이다. 4년 전 선거 땐 대전·강원·충북·제주 등 4곳에서만 양자대결이 펼쳐졌다. 후보 단일화 여부가 승부를 가른다는 판단에 따라 보수 진영서도 단일화에 공을 들린 결과다.
부산교육감선거에선 부산교대 총장을 지낸 하윤수 후보가 다른 후보 4명과의 단일화에 성공했다. 부산 교육감선거에서 진보·보수 양자대결이 치러진 것은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하 후보는 학력신장·인성교육·안전보건·혁신소통·교육복지 등 6대 공약을 통해 “진보교육 8년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온 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구체적 공약으로 초등 학력진단평가와 중등 학업성취도 평가 등을 내걸었다.
3선에 도전하는 김석준 후보는 이에 맞서 ‘든든+ 소확행 공약’을 제시했다. 지금까지의 교육정책을 유지하면서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 김 후보가 제시한 공약은 △식품알레르기 대체 식단 제공 확대 △초등학교 입학준비금 20만원 지원 △유치원교사 1인당 원아 수 감축 △다문화가정에 AI 한국어튜터 제공 등 총 25개에 달한다.
교육감선거에선 현직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중론이지만, 하 후보가 보수진영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여론조사에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쟁이 격화되자 최근에는 김 후보가 하 후보의 학력을 ‘허위 학력’으로 규정, 공격에 나섰다. 하 후보가 남해종고·부산산업대를 졸업했음에도 불구, 졸업 이후 변경된 교명인 남해제일고·경성대로 학력을 표기했다는 지적이다. 하 후보 측은 이에 대해 “학벌지상주의와 학력에 대한 편견이 실망스럽다”며 역공을 펴고 있다.
경기도교육감선거에서도 보수성향의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진보성향의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경쟁하고 있다. 이재정 전 경기교육감이 3선 출마를 포기하면서 성 후보가 진보 후보로 출마했다. 역시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양 후보 간 격차는 0.2%포인트 내로 초 접전 양상이다. 오마이뉴스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 지난 19~20일 경기도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30.3%가 임 후보를, 30.1%는 성 후보를 지지(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했다. 임 후보는 학교 자율성을 훼손하는 ‘9시 등교제’를 폐지하고, 학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성 후보는 전인적 성장을 위한 체육·예술·독서·교육 강화를 내세웠다.
울산에서도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진보 대 보수 간 양자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진보성향 노옥희 후보와 김주홍 울산대 명예교수 간 대결이다. 노 후보는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등을 공약했으며, 김 후보는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들고 나왔다.
충북에서도 3선에 도전하는 진보성향 김병우 후보와 청주교대 총장을 지낸 보수성향 윤건영 후보가 맞붙었다. 윤 후보는 최근 2명의 보수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했다. 경남에서도 3선에 도전하는 진보 박종훈 후보와 보수 단일화에 성공한 김상권 전 경남교육청 교육국장 간의 경쟁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에선 3선에 도전하는 이석문 후보와 보수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김광수 전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이 4년 만에 ‘리턴 매치’를 펼친다. 대구에선 현직인 강은희 후보와 보수 단일화를 이룬 엄창옥 경북대 교수가 대결한다.
교육감선거는 ‘깜깜이 선거’로 불릴 만큼 후보·공약을 모른 채 투표하는 경우가 많다. 그간 후보 단일화 여부가 승부를 갈랐던 것도 이 때문이다. 2018년 교육감선거에선 단일화에서 성과를 보인 진보성향 후보들이 17개 시·도 중 14곳에서 당선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보수진영에서 학습효과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인천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던 박융수 서울대 사무국장은 “교육감선거가 워낙 깜깜이 선거로 치러지다보니 단일화에 성공했거나 이름이 조금이라도 더 알려진 후보가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 전국 교육감 선거 진보·보수 후보 양자대결 현황(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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