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향 좋네, 어디 커피죠?.."고흥에서 재배했습니다"

by전재욱 기자
2021.11.10 17:22:36

10~13일 서울 코엑스서 열리는 서울카페쇼
커피 불모지 한국에서 지명 딴 커피 선전해 눈길
대세로 등장한 무인화 매장.."단골 구분해 할인 혜택"
커피도 친환경으로.."음료담기 편한 텀블러 선호"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고흥 커피, 강릉 루와(루왁), 전주 커피공장.` 커피 재배 불모지 한국에서 지명을 딴 커피 브랜드가 국제 규모의 카페쇼에 참가해 쟁쟁한 외국산 원두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무인화와 친환경이 커피 시장 주류로 자리한 점도 카페쇼에서 감지되는 흐름이었다.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카페쇼에 참가한 커피농장 산티아고는 `고흥 커피`를 들고 나왔다. 실제로 남해를 낀 전남 고흥에서 농장을 두고 커피나무를 재배해 수확한 원두로 만든 커피다.

갸우뚱할 일이다. 커피는 남위와 북위 25도 사이에서 자란다. 커피 주요 산지가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분포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기후가 바뀌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김철웅 커피농장 산티아고 대표가 전남 고흥에 커피나무를 심은 게 6년 전이다. 지난해는 지역 농가와 합심해 3톤을 수확했다. 13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서울카페쇼에서 브랜드를 알리고자 출사표를 던졌다.

김 대표는 “지자체 단위로 대량 재배에 성공해 상업화를 앞둔 커피는 국내에서 전남 고흥 커피가 처음”이라며 “고흥 커피는 쿠바산 종자를 파종해서 기르는데 아프리카와 중남미 원두가 섞인 맛이 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고흥 커피 농장을 관광객 3만명 다녀갔다”며 “귀농을 준비한다면 고흥 커피를 재배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카페쇼에 참가한 강릉 커피(왼쪽)와 전주 커피공장 부스.(사진=전재욱 기자)
동해 대표로는 강릉 커피가 커피쇼를 지키고 있었다. 강원 강릉에 있는 유산균 전문기업 웰빙엘에스의 `강릉 발효커피` 루와와 스타루빈이 주인공이다. 루왁은 사향고양이가 원두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효돼 완성된 원두다. 웰빙엘에스는 커피를 직접 재배하지 않지만 이런 맛을 내도록 로스팅하는 전문 기업이다. 사향고양이 미생물과 유사한 균으로 볶은 루와 커피를 2009년에, 사향고양이 미생물로 로스팅한 스타루빈을 2015년 각각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민섭 웰빙엘에스 팀장은 “동물 학대 논란에서 자유로우면서 루왁 커피와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제품”이라며 “그럼에도 가격은 루왁보다 10분의 1 수준이라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내륙을 대표하는 선수로는 전주커피공장이 등판했다. 수확한 지 1년 이내의 상급 원두를 써서 주문 당일 로스팅해서 판매한다. 로스팅한 원두는 고객에게 판매하기 전에 전량 직접 테이스팅을 하는 게 원칙이다. 품질 관리를 통해서 탄탄한 소비자층을 보유한 지역 커피로서 이번 카페쇼에 참가했다.



카페쇼 참가자들은 프랜차이즈 커피의 무인화에 관심을 보였다. 소규모 공간에서, 인건비를 내리고, 운영 부담을 줄여 갖가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을 선호하는 시류와도 일치한다.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카페쇼에 무인커피제조기기를 선보인 이디엠에스사(社)의 정지복 과장이 인공지능 카메라가 내장된 기기가 고객 얼굴을 인식하고 주문을 받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사진=전재욱 기자)
무인 커피제조기계를 제조하는 이디엠에스사(社)의 정지복 과장은 “우리 제품은 인공지능(AI) 카메라로 사용자 얼굴을 인식해 단골을 구별하고, 기념일을 챙기고,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며 “사물인터넷(IoT)를 적용해 매장에서 발생하는 기기의 불편은 원거리에서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로봇 제조사 ㈜민트로봇은 이번 카페쇼를 통해 커피 머신과 가구를 융합한 `로봇 가전` 스퀘어민트를 공개했다. 투박한 모습의 커피 로봇에 가구를 입혀서 디자인적인 요소를 강조한 게 특징이다.

강형석 민트로봇 대표는 “우리 회사는 로봇 전문기업으로서 직접 커피 로봇의 부품 제조하고 본제를 조립한다”며 “기술력은 갖춰서 가격을 내린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카페 창업을 고려하는 이들도 몰린다. 현장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부업으로 카페를 운영하려고 하는데 운영에 들어가는 품을 줄이고자 무인 카페를 경우에 수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13일까지 나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카페쇼 첫날인 10일 참가자들이 로스팅 기계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전재욱 기자)
환경 친화는 커피 업계가 허투루 넘기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카페쇼 여러 부스에서는 커피 원두 포장지와 커피 용기를 각각 재활용하려고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캐나나산 텀블러 아소부(asobu)를 들여와 판매하는 ㈜지투에이의 김성민 과장은 “입구가 커서 음료를 담기 편하고 뚜껑 탈부착이 쉬운 텀블러가 인기가 좋다”며 “리유저블 사용 빈도와 테이크아웃 인구가 각각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