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4인방 중 유일한 자유의 몸 정영학…檢, 영장 청구 안 하나 못 하나
by이연호 기자
2021.11.04 15:29:00
4일 중앙지법, 김만배·남욱 구속영장 발부
''수사 협조'' 덕 대장동 4인방 중 유일하게 불구속 수사
"檢, 진술 최대한 끌어낼 필요…불구속 기소할 것"
영장 기각된 정민용도 수사 협조…"무리한 재청구는 없을 듯"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까지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서 ‘대장동 4인방’ 중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인 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신병 처리를 어떻게 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초기부터 녹취 파일을 제출하는 등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 온 정 회계사기에 검찰 입장에서는 최대한 그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 구속은 시도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왼쪽) 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가운데)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이 지난 3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새벽 김 씨와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지난달 유 전 본부장이 이미 구속됐기 때문에 대장동 4인방 중 한 명으로 대장동 설계의 ‘뿌리’로 지목되는 정 회계사만 불구속 상태로 남게 됐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사업이 민간 사업자에 막대한 특혜가 돌아가도록 사전에 배당 구조를 설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이 지난 1일 유 전 본부장을 배임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할 때 공개한 공소 사실 요지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015년 대장동 민관 합동 개발 사업에서 김 씨·남 변호사·정민용 변호사·정 회계사와 공모해 화천대유 등 민간 업체에 배당 이익과 시행 이익을 몰아줬고, 이로써 공사에 최소 651억 원 이상의 손해를 끼쳤다.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이기도 한 정 회계사는 지난 2009년부터 남 변호사와 함께 대장동 민간 개발을 추진했고, 사업이 민관 공영 개발 방식으로 전환된 이후로도 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그는 천화동인 5호를 통해 대장동 개발 사업에 5000여만 원을 투자해 개발 이익으로 644억 원 상당의 배당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 회계사는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이 구성되기 이틀 전인 지난 9월 27일 참고인 조사에서 김 씨와 유 전 본부장 등이 수익 배분과 로비 등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다른 핵심 인물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아 왔다. 검찰은 그의 신분을 참고인으로 유지했고 여러 차례 비공개 소환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그의 과거 이력이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수원지검에서 대장동 개발 관련 로비 수사를 진행했을 당시에도 검찰 수사에 협조하며 처벌을 피했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당시 공영 개발로 추진되던 대장동 개발 사업을 민간 개발로 바꾸기 위해 로비를 벌인 혐의 등으로 남 변호사를 포함한 관련자 9명을 기소했지만 사업의 키맨으로 꼽혔던 정 회계사만 홀로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때문에 6년 전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단순히 수사 편의를 위해 정 회계사에 대해 특별(?) 대우를 해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 배임 공범으로 적시되면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된 정 회계사가 이번엔 기소 자체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검찰이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 대해선 검찰이 불구속 기소만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직접 증거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최대한 이끌어 낼 필요가 있고, 그에 대해 구속된 나머지 3인방의 입을 열게 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4일 새벽 김 씨 및 남 변호사와는 달리 구속영장이 기각된 정민용 변호사에 대해서도 검찰이 무리해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정 변호사가 검찰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일하면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작성 실무를 맡았고 이를 지난 2015년 2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대장동 개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고 민간 사업자의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도록 하는 등 화천대유에 막대한 개발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