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누진제 완화 없다" 여름철 전력대책 확정(종합)

by최훈길 기자
2016.07.14 14:59:25

"합리적 소비 위해 누진제 필요"..작년과 다른 정책
폭염에 전력사용 ''역대 최대''..''전기료 폭탄'' 우려, 소송 본격화
전력업계 "과부하는 산업·일반용 때문..''문 열고 영업'' 단속 없나"
산업부 "주택·일반용 냉...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작년과 달리 올 여름철에는 주택용 누진제를 완화하지 않기로 최종 확정했다. 전력이 남는 상황이지만 합리적 소비가 필요하고 예측치 못한 전력부족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올 여름철은 무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누진제로 인한 ‘전기료 폭탄’이 우려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방침을 공개했다. 김용래 에너지산업정책관은 “누진제는 합리적 소비를 위한 수단”이라며 “올 여름철에 누진제 완화나 한시적 전기료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에 따르면 주택용은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요금이 급증하는 6단계 누진요금제로 구성된다. 전기요금 누진율(최저·최고 요금차)이 11.7배 (한전 추산)로 일본(1.14배), 미국(1.1배)보다 높다. 일례로 월 100㎾h씩 적게 쓸 때는 ㎾h당 요금 60.7원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에어컨 등을 사용해 500㎾h 이상 쓰면 ㎾h당 요금이 709.5원으로 11.7배나 뛴다. 산업용 전기료가 ㎾h당 107원으로 단일 요금을 적용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불합리한 요금 구조 때문에 ‘전기료 폭탄’ 우려가 컸다. 2012년 9월엔 전기요금 조회가 폭주하면서 한국전력(015760) 홈페이지가 일시 마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평소보다 높게 8월 전기료가 부과됐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올해도 전력 사용이 급증하면 누진제로 인한 ‘전기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누진제로 인한 소비자피해 소송을 진행 중인 곽상언 변호사는 “누진제가 합리적 소비를 위한 수단이라면 모든 용도별 요금에 적용하는 게 논리적 모순이 없는 것”이라며 “징벌적 요금제를 모든 국민에게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현 상황은 불합리하고 위법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3건), 서울남부지법(1건), 광주·대전·부산지법 각 1건씩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오는 8월 최종 변론이 끝나면 이르면 9월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이 같은 사태 이후 산업부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누진제 구간을 완화해 647만 가구의 전기료를 인하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올해는 수급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폭염이 심각해 전력 예비력이 안정치 이하로 떨어질 수 있고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대비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산업부는 내달 둘째·셋째 주에 최대전력 사용량이 8170만kW(예비력 1040만kW·예비율 12.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냉방수요 급증 시에는 최대 전력사용량이 8370만kW(예비율 약 10%)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필요한 ‘최소예비율(15%, 산업부 기준)’에 미달하는 수준이다. 8370만kW는 역대 최대 전력사용량이다.

특히 산업부는 여름철에 급증하는 주택용·일반용 냉방수요를 주시 중이다. 김용래 정책관은 “여름철 전력 피크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냉방수요의 80% 이상은 주택용, 일반용이 차지한다”고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 최대전력수요를 기록한 8월7일 당시 냉방부하는 빌딩 등 일반용(1015만kW·55%)이 가장 많았고 주택용(579만kW·32%), 산업용(120만kW·7%), 가로등 등 기타(95만kW·5%), 교육용(23만kW·1%) 순이었다.

다만 지난해 여름철 최대전력수요 시 전체부하에는 산업용(3598만kW·46.7%)이 가장 많이 영향을 줬고 일반용(2402만kW·31.2%), 주택용(1190만kW·15.4%) 순으로 나타났다. 누진제 완화로 인한 주택용 수요 문제보단 산업용이나 일반용에 대한 수급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력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애꿎은 주택용 전력의 소비 탓만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2011년 블랙아웃이 터진 직후와 달리 요즘엔 상점에서 문 열어놓고 에어컨을 틀고 있어도 단속하는 걸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절기 절전캠페인도 2013년엔 6월13일부터 시행됐지만 올해는 이달 6일에야 시작됐다. “수급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산업부 발표와 현장에서 느끼는 정책 체감도에 거리감이 있는 셈이다.

김 정책관은 “예비율이 5% 수준이었던 2013년과 지금은 상황이 달라 절전캠페인 일정도 다를 수밖에 없다”며 “수요관리를 하는 다른 수단이 있기 때문에 문 열고 냉방하는 영업소에 과태료를 부과하진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