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도 실질도"…코로나 팬데믹 수준으로 악화한 中企 경기
by노희준 기자
2024.09.30 16:46:57
한은 중기 경기심리지수 9월치, ''20년 9월 이후 최저
IBK 경기동행순환변동치 7월치, ''20년 10월 이후 최저
국책기관 "고금리 내수회복 제약" VS "인하 효과 없어"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충남 공주에서 39년째 건축 단열재와 가전제품 포장 완충 쿠션을 생산하는 안모 대표는 최근 회사 수익성이 악화해 근심이다. 경기가 좋지 않아 수주 물량이 전년대비 30%가량 줄었지만 공장을 놀릴 수는 없어 원가에 못 미치는 입찰을 하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안 대표는 “인건비와 원자재 비용은 올랐지만 물량이 줄어 과다경쟁 상황이 됐다”며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 현장은 진짜 최악이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향후 경기 회복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 제조업 중소기업 기업경기조사(실적)(자료=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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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경기가 기업 체감 상황이나 실제 상황 모두 코로나19 펜데믹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대출 총량부터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한국은행 기업경기조사에 따르면 9월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심리지수(CBSI)가 전산업(제조+비제조)에서 91.2로 전월보다 1.3포인트 낮아졌다. 석 달 연속 하락세다. 특히 같은 기간 제조업 중소기업은 0.5포인트 떨어진 89.7포인트로 지난 2020년 9월(86.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표가 100보다 크면 기업 체감경기가 장기평균(2003년1월~2023년12월)보다 낙관적임을,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중소 제조업 체감 경기가 코로나 때 수준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최근 주요국 경기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체감 경기가 더 나빠지는 모양새다. 기업심리지수를 조사하는 과정에 실시하는 기업 경영애로사항 조사에서 제조업은 어려움 이유로 내수부진(24.1%) 답변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불확실한 경제상황(18.3%), 인력난·인건비 상승(9.7%) 순으로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심리뿐만 아니라 실제 중소기업 경기도 코로나 때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소기업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IBK 중소기업 경기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7월 98.08로 전월보다 0.31포인트 낮아져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7월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오다가 지난 6월 11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지만 한 달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7월 이 지표가 하락한 것은 중소기업 출하지수(0.18%), 제조업생산지수(0.1%) 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 예금은행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검은색은 운전자금 금리 파란색은중소기업 금리(자료=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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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사실상 정책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모양새다. KDI는 ‘경제동향 9월호’ 보고서에서 “고금리 기조 지속으로 소매 판매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당분간 건설투자 및 관련 고용도 부진을 지속하면서 내수 회복을 제약할 것”이라며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부채 상환 부담도 증대하고 있다”고 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말 국내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년동월보다 0.16%포인트, 전월보다 0.04%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내수 활성화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나가 있는 대출 총량이 워낙 많아서 금리 인하로 절약되는 돈은 소비보다는 대출 상환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내 기준금리는 (미국 기준금리가) 올라갈 때 같이 못 올라가서 기준금리로서 의미를 잃은 데다 실제 대출이 이뤄지는 자금조달 금리는 내려가고 있다”면서 “대출 총량부터 먼저 해결하고 금리 방향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이후 연 3.5%에서 동결 중이지만, 시장금리나 기업 등이 이용하는 상품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신규취급액)는 연 4.59%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전년말월 대비 0.72%포인트 하락했다. 중소기업 운전자금 금리 역시 4.90%로 지난달 5%대가 깨진 이후 하락폭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