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는 왜 열흘 빨리 신년사를 냈나

by이준기 기자
2021.12.20 15:37:02

"한해 일찍 마무리, 새해 준비 시작"…연말·연초 휴가자도 고려
취임 후 4년째 '고객' 강조…이번엔 '가치 있는 고객 경험' 내놔
"일하는 방식·생각 혁신"…전통적 시무식 대신 디지털 메시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디지털 영상 메시지를 통해 임직원에게 ‘가치 있는 고객경험’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사진=LG
[이데일리 이준기 김상윤 기자] “3년간 전개해 온 고객 가치 실천 활동을 더욱 확장해 ‘가치 있는 고객 경험’ 만들어 나갑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일 2022년 신년사를 통해 제시한 핵심 키워드는 역시나 ‘고객’이었다. 2018년 취임 후 첫 2019년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이라고 천명한 이후 벌써 4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고객이 양질의 제품 이상의 가치를 기대하고 직접 경험한 가치의 순간에 감동한다는 구 회장의 지론이 다시 한 번 극명히 드러난 셈이다. 즉, 한번 LG를 경험하면 다시 다른 기업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자는 의미다. 이를 위해 구 회장은 일하는 방식, 생각도 혁신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분명히 했다.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이란 키워드를 구체화하기 위해 구 회장은 △고객을 구매자가 아닌 사용자로 보고 LG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든 단계의 여정을 살펴 감동할 수 있는 경험 설계 △고객을 더 깊게 이해하고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관계 형성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를 3대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구 회장은 “고객 경험 혁신에 몰입하는 여러분이 우리 LG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며 한 분 한 분의 열정과 노력이 더 빛을 발하고 제대로 인정받는 LG를 만들어 가겠다”며 “고객과 우리, 모두에게 가치 있는 경험이 더 가득해지도록 함께 만들어 가자”며 새해 인사를 마무리했다.



구 회장의 ‘고객’ 중심 메시지는 일관됐다. 2019년 신년에서 LG만의 고객가치를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한두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정의한 데 이어 2020년엔 고객가치 실천의 출발점으로 고객 페인포인트(불편함 지점)에 집중하자고 당부했었다. 2021년 신년사에서도 초세분화를 통해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자는 ‘고객가치 경영’ 메시지를 구체화했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강당 등에 주요 임직원을 불러모아 진행하던 전통적인 시무식 대신 디지털 영상으로 새해 인사를 갈음해왔다. 이번에는 전세계 LG 임직원에게 ‘안녕하십니까, 구광모입니다’란 제목의 디지털 영상 신년사를 이메일로 전달했다.

재계는 구 회장의 신년사가 예년보다 열흘가량 앞당겨 나왔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LG 측은 “구성원들이 차분히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할 수 있도록 예년보다 이르게 구 회장의 신년사를 공유했다”고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연말·연초는 매우 바쁜 시기이자 휴가가 몰려 있는 시기”라며 “한해 마무리를 열흘 정도 남긴 현 시점이 신년사를 내기에 가장 적기라고 본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신년사 영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구성원으로부터 여러 의견을 받았는데, 조기 신년사도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전했다. 신년사 영상에선 임직원이 직접 출연해 고객 경험 혁신을 이뤄낸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디지털 영상 메시지를 통해 임직원에게 ‘가치 있는 고객경험’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사진=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