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벗어난 정유 4사, 하반기에도 실적 호조 가능할까

by함정선 기자
2021.08.02 14:56:32

2분기 정유사들 실적 호조 이어가
정유 부문 이익은 전분기 대비 감소
화학과 윤활유 등 비정유부문서 이익 개선
신사업 성과…국제유가 변화 등 악재에도 ''선방'' 전망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정유사들이 국제 유가 상승 둔화와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 악조건 속에서도 하반기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지 1년, 정유 4사가 수익성 회복에 성공,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력인 정유 부문에서는 오히려 이익이 감소했음에도 전체적인 수익 증가에는 성공하며 신성장동력 발굴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1분기 실적 호조를 이끌었던 국제 유가의 상승폭이 둔화하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장 등으로 정유 수요가 크게 개선되지 못하며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지만, 정유사들은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에쓰오일(S-OIL(010950))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 5710억원을 기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상반기 1조200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현대오일뱅크도 2분기 265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상반기 67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두 정유사의 실적 호조를 볼 때, 아직 실적 발표 전인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역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유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2분기 성적은 부진하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2분기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909억원으로 1분기 2113억원 대비 절반이상 감소했고, 에쓰오일의 정유 부문 역시 15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분기 3420억원 대비 55.4%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도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영업이익 역시 전분기 대비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S-OIL)
이는 국제유가가 이전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며 재고이익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유사들의 정유 부문 실적이 하반기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산유국 협의체인 ‘OPEC+’에서 증산을 결정하며 국제 유가가 앞으로 더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실적을 두고 정유사들이 세계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정유 부문의 이익을 줄이고, 비 정유 부문의 이익을 늘림으로써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지난해 크게 흔들린 이후 비 정유 부문에 주력한 것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에쓰오일의 경우 신규 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의 운영을 안정화하며 수익 창출원을 다양화했다. 상반기 석유화학, 윤활 등 비 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은 7057억원으로 전체의 58.8%를 차지했다.

특히 윤활기유 부문의 매출 비중은 1조1858억원으로 9.8%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4734억원으로 전체의 39.4%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윤활기유 매출도 2817억원으로 정유 부문 매출의 16분의 1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도 921억원으로 정유 부문 이익 909억원보다 많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하반기 중질유 석유화학분해시설(HPC) 가동으로 연 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발생을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하반기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델타 변이 등의 변수로 수요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해도 실적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하반기 수익지표인 ‘정제 마진’ 개선이나 항공유 등 코로나19발 수요개선 등으로 실적을 추가 개선할 여지도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축적된 공급과잉이 해소되는 등 정제 마진의 유의미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