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선상원 기자
2016.07.01 18:27:47
리베이트 파동으로 호남 지지율 큰 폭 하락
호남서 더민주에 지면 내년 대선 주도권 상실
전남 강진 칩거 손학규, 호남 민심 붙들 대안
정치판 흔들리지 않는 한 국민의당 가능성 낮아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국민의당이 손학규 전 대표를 영입하기 위해 전당적으로 나섰다.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가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하자마자, 손 전 대표 영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국민의당은 1일 국회에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최고위원과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모여 비대위 구성 방안을 논의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중진 의원 중에서 외부인사 영입과 관련된 주장이 있었다. 특히 손 전 대표 영입 문제 논의가 있었다”며 “(박 위원장은) 안철수 전 대표가 기존에 그랬던 것처럼, 국민의당은 열린 정당을 표방하고 있고 따라서 손 전 대표를 포함한 많은 외부인사에 대한 영입노력을 유지할 것이라 밝혔다”고 전했다. 그동안 박 위원장이나 안 전 대표 등 개별적인 차원에서 손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낸 적은 있지만, 당 공식회의에서 손 전 대표 영입문제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상도 거당적이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나와 “기존의 양당 체제를 극복하는 정치혁명을 계속해야 하는데 (손 전 대표는) 에너지를 충분히 갖고 계신 분”이라며 “안 전 대표도 좋은 분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좋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도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손 전 대표의 영입에 대해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어쨌든 간에 국민의당이 집권하기 위해선 안 전 대표 독주체제로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독주하면서 계속 그렇게만 국민들에게 비춰지면 경쟁력을 상승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손 전 대표 영입을 통해 리베이트 파문을 수습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더민주, 국민의당보다 10% 가량 앞서… 호남민심 요동 = 진짜 이유는 뭘까? 원인은 흔들리는 호남 민심에 있다. 국민의당은 호남 28석 중에서 23석을 석권할 정도로 호남 지지기반이 당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호남 지지기반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총선 후만 해도 국민의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보다 15~20% 가량 우세했던 것이 조정기를 거친 후 리베이트 파동을 만나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4~16일 사흘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정당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호남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각각 34%로 동률을 이뤘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0~24일 닷새간 전국 성인 2539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호남에서 더민주가 37.2%로 국민의당(24.9%)을 12.3% 포인트 앞섰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더민주가 주간집계로 오차범위(±6.1%p) 밖에서 국민의당을 앞선 것은 6개월 만에 처음이다.
호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호남에서마저 더민주에 지면 국민의당은 전국 정당 지지율에서 10% 가량 뒤쳐져 있는 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다. 내년 대선 국면에서 주도권을 쥘수 없음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문제는 국민의당에 호남 민심을 되돌릴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정동영 의원, 천 전 대표 등이 있지만 대선 주자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안 전 대표가 있긴 하나, 리베이트 파동 때문에 내상을 입었다. 외부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 전 대표 영입 신호만 줘도 국민의당 손해 볼 것 없어 = 바깥에서 찾는다면 전남 강진에서 3년째 칩거중인 손 전 대표 만큼 호남 정서에 호소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물론 더민주 당원이기는 하지만, 정계를 은퇴했다 복귀하기 때문에, 손 전 대표의 결심에 따라서는 국민의당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손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결합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줘 호남민심을 붙들어 맬수 있다면 국민의당으로써는 손해 볼 것이 없다. 손 전 대표 측근은 “박 위원장의 러브콜이 나름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왜 저렇게 러브콜을 보내는지 잘 볼 필요가 잇다. 국민의당이 호남 정서에 얹혀 있는데, 호남 간판이 없다. 호남을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마땅치 않다. 어쨌든 손 전 대표는 강진에 만 2년 가까이 있었다. 호남에서는 (손 전 대표에 대해) 정서가 있다.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으로 올수 있다고 계속 제기해서 손해 볼 것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럼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택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정치판이 흔들리지 않는 한 가능성이 낮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야당으로 옮겨 온 손 전 대표 처지에서, 또 다시 당을 탈당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이 측근은 “더민주 당원이 아니면 얘기가 될 수 있지만, 탈당하고 가야 한다. 야당에서 야당으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며 “국민의당이 3당인 것도 약점”이라고 했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 새판 짜기를 주장해온 손 전 대표가 정계개편을 고리로 제3지대서 국민의당에 합류할 수도 있다. 여기에다 박 위원장과 손 전 대표의 특수관계도 국민의당 선택을 배제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다른 측근은 “지금은 아니지만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닫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정계개편이 일어나지 않는 한 힘들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