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도년 기자
2015.03.25 16:04:40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론스타, 소버린, 상하이차는 과연 ‘먹튀’ 자본일까.
해외 사모펀드(PEF)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소버린은 SK에 투자해 큰 돈을 벌고 떠났다. 고배당 논란도 있었다. 상하이차는 오히려 손해를 보고 쌍용차를 팔았다. 쌍용차(003620)의 기술을 빼갔으리란 국민적 의심을 받으면서 대표적인 ‘먹튀 삼형제’로 묶였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먹튀 논란에 의문을 던진다. 과연 먹튀 자본이 투자할 때 주식을 판 한국인은 무엇이란 말인가. 외국인은 돈을 벌었을 때는 우리나라를 떠날 수 없고 돈을 잃어야만 떠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해외 사모펀드를 보는 부정적 인식에는 사모펀드 고유의 성격이 깔려 있다. 기업을 싸게 사서 이익을 남기는 게 존재 이유인 탓에 시설투자엔 소극적이고 임금을 줄이고 자산을 매각해 빼돌린 곳이 없진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은 사모펀드의 한 면만 본 것이다. 소버린이 분식회계를 일삼았던 SK(003600)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4배 이상 키운 것도 전략적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한 사모펀드의 속성이 만들어낸 결과다.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 모험자본 투자에 나서게 하려는 것도 이런 속성을 인정하기 때문 아닌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 전통시장 구석에서 야채를 파는 상인도 몸소 익힌 이 원리를 해외 사모펀드에만 ‘먹튀’라고 비난할 근거는 무엇인가. 비싸게 사서 헐값에 팔면 이런 오명을 벗을 것인가. 기업이 헐값에 팔릴 상황이라면 아마 시장에서 곧 퇴출 되는 일만 남은 곳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후진적 인식이 자본시장법 안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는 것이다. 채권을 발행하지도 않는 곳에 신용평가보고서를 요구하고,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곳에 감사보고서를 달라고 한다.
관료의 보신주의를 탓할 일이 아니다. 관료를 그렇게 행동하게끔 하는 법이 실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 누가 관료가 되더라도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국회가 결정해야 한다. 해외 사모펀드가 아예 국내 회사에 눈독을 못 들이도록 ‘사모펀드 쇄국정책’을 하든지, 아니면 자유로운 투자 활동을 보장하든지. 이것이 증권선물위원회의 한국토지신탁(034830)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 과정이 보여준 우리 자본시장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