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독도·초계기 여전한데…한일 교류·소통은 본격화

by권오석 기자
2023.04.18 16:22:24

4년 만에 일한문화교류기금 대표단 방한해 문화·학술 교류 논의
日 독도 영유권 주장, 초계기 위협비행 등 민감 현안 여전
강창일 "영토, 과거사 문제 비켜나서는 국민 마음 달래지 못해"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지난달 한일정상회담 이후 한일 양국 간 교류가 재개되고 있다. 수년째 중단됐던 당국 협의가 이뤄진 것은 물론, 향후 문화·학술 교류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다만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비롯해 독도 영유권 주장, 초계기 위협비행 사과 등 정작 우리나라가 민감해하는 현안에는 일본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뇌관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한일 제12차 안보 정책협의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18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일한문화교류기금` 대표단을 만나 양국의 문화·인적·학술 교류 등에 대해 논의했다. 1983년 설립된 일본 외무성 소관의 공익재단법인으로, 문화·학술 교류와 관련해 한일 정상 간 주요 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사무국이다. 15명 규모로, 대표단의 방한은 4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전날에는 양국 외교·국방 당국자들이 안보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안보정책협의회가 열리기도 했다. 한일정상회담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2018년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을 둘러싼 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급격히 경색돼 회의가 중단된 지 5년 만에 열렸다. 양국은 북핵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 환경, 양국 국방안보 정책 협력 현황 및 한일·한미일 협력 현황에 대해 논의했다. 같은날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동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열린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북한의 안보 위협,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혼란한 국제 정세 등으로 양국이 관계를 정상화하고 협력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 간 협의채널이 복원되고 신규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양국 간 예정된 주요 교류 협력사업도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언제라도 갈등을 빚을 소지는 여전하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배상하는 과정에서 일본 전범 기업들은 결국 책임을 지지 않았다. 지난 11일 일본 외교청서에는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이 재등장해 우리 당국이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까지 했다. 2018년 일본의 초계기 위협비행 사건과 관련해서도 그 어떤 사과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양국 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서둘러 관계 개선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창일 전 주일대사는 “중대한 문제를 덮어놓고 교류와 소통을 재개하겠다는 건 순서가 거꾸로 됐다”며 “영토, 과거사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도 같은 문제인데 이걸 비켜나서는 국민의 마음을 달랠 수 없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