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소비자에 이롭다"…국경 없는 페이전쟁이 일깨운 격언[현장에서]

by임유경 기자
2023.03.27 16:37:27

글로벌 메기 ''애플페이''에 국내 간편결제 업체 긴장
NFC 결제 단말기 보급·카드발급 파트너 확보 과제에도
스마트폰 네이티브 간편결제 ''편의성'' 높아
국산 페이업체, 결제 혜택 키우고 해외결제처 확대 노력

애플페이로 결제하는 모습(사진=애플)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이거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쓸 때보다 편한데?” 배달의민족앱에서 애플페이로 결제 후 느낀 소감이다. 이미 국산 간편결제도 터치 한 두 번이면 온라인 결제가 완료되지만, 스마트폰 ‘네이티브’ 간편결제가 주는 편리함은, 미세하지만 분명 차이가 있었다. 간편결제 업체 화면으로 이동하지 않고, 배달의민족앱 화면 하단에서 애플페이 결제 창이 바로 뜨고 측면버튼을 ‘따닥’ 누르는 것만으로 결제가 이뤄지니 결제 과정이 한결 매끄럽게 느껴졌다.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애플이 서비스를 내놓고, 9년 만이다. 서비스 첫날인 21일 애플페이 등록이 100만 건을 넘었을 만큼, 초반 반응은 뜨겁다. 초반 열기를 이어가려면 넘어야 할 과제가 많아, 아직 ‘성공이냐 실패냐’를 판단하기엔 이르다. 현대카드 이외에 카드발급 파트너를 확보하고, 아직 국내 보급률이 10% 미만인 NFC(근거리무선통신) 결제 단말기를 빠르게 확산해야 한다. 자체 간편결제를 가진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온라인 결제 가맹 확대도 숙제다.

애플페이 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하더라도, 국내 간편결제 업체들은 확실히 긴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적어도 앞서 언급한 간편결제 사용자경험(UX)에 있어서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애플페이가 앞서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이 빠르게 늘어나면 더 쓰기편한 애플페이로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어느 페이를 쓰던지 혜택이 없다면, 더 편리한 것에 손이 갈 수밖에 없다. 기자도 앞으로 다른 페이업체에서 배달의민족 결제 시 추가로 포인트 를 주지 않는다면, 애플페이를 쓰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달의민족에서 애플페이로 결제하는 모습




국산 페이 업체들이 애플페이 한국 상륙에 대응하기 위한 혜택을 강화한 것도 이런 상황 판단에 따른 전략으로 풀이된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는 국산 페이로 결제할 경우 카드사가 제공하는 할인·적립 혜택에 더해 네이버페이가 제공하는 포인트 적립 혜택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예컨대 네이버페이를 통해 현대카드 제로에디션2 카드를 네이버페이 가맹점에서 쓸 경우, 카드사에서 0.7%를 즉시 할인받고, 네이버페이 1% 적립도 된다는 것이다. 애플페이에서 같은 카드를 쓸 경우 카드사 제공 혜택만 받을 수 있다.

네이버페이는 최근 결제금의 1% 포인트를 제급하는 ‘네이버페이 현장결제’ 가맹점을 편의점, 식음료점(F&B), 마트, PC방 코인노래방 등 생활밀착형 업종을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결제 포인트 지급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카카오페이도 네이버페이와의 경쟁에 애플페이까지 가세하면서 혜택 확대 방안을 마련중이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별도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창출된 수익을 사용자 혜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플페이는 등록한 카드가 비자, 마스터 등 해외 결제를 지원하는 것이라면 해외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이에 카카오페이는 국내 사용자가 해외에서도 사용하고, 해외 이용자가 국내에서도 쓸 수 있게 지원할 방법을 ‘제휴’로 풀고 있다. 중국 알리페이, 일본 페이페이, 태국 트루머니 등 현지 간편결제 업체와 제휴를 맺고, 결제 QR코·바코드를 공유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하면 일본 관광객이 한국에서 페이페이 앱을 통해 카카오페이 가맹점에서 결제하는 게 가능하다. 반대로 카카오페이 앱만 있으면 일본에서 페이페이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현지 간편결제 업체들이 초국가적 애플페이에 대응하기 위해 뭉친 것이다.

애플페이가 결제규모 기준으로 얼마나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할지 아직 미지수지만, 국내 간편결제 업체에 신선한 자극이 됐다는 점에서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평가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