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대출 죄야 하는데…"서민금융 단절" 당국도 고민

by노희준 기자
2021.07.20 15:10:41

2금융권 대출 취약 차주 서민금융 성격도 있어
상호금융 담보대출 VS 저축은행·여전사 신용대출 달라
당국 "규제 차익 해소 카드 당분간 안 나와" 예의주시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가팔라지는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에 규제 강화를 시사한 금융당국이 고심에 빠졌다. 불어나는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서는 ‘대출 죄기’에 나서야 하는데, 서민금융 성격이 있는 2금융권 대출을 무작정 졸라매기도 어려워서다. 이에 따라 은행권과의 규제 차익 해소는 금세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권 가계대출은 41조6000억원 늘어 지난해 상반기 증가액(40조70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 같은 기간 상호금융,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등 2금융권 가계대출은 21조7000억원 늘어나 1년전 4조2000억원이 감소한 것과 양상이 달라졌다.

특히 같은 기간 2금융권에서도 신협, 농협, 수협, 산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가계대출이 9조4000억원 늘어나 보험(3조4000억원), 저축은행(4조4000억원), 여전사(4조5000억원) 가계대출 증가액을 압도했다. 상호금융에서도 농협 가계대출 증가폭이 8조1600억원으로 가장 컸다.

금융당국은 이에 2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규제차익을 조기에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2금융권 대출은 은행권보다 서민금융 성격이 커 대출 문턱을 무작정 높일 경우 서민금융 단절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2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흡수되지 못하는 이들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한다는 차원을 고려해야 한다”며 “2금융권도 금융기관과 대출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같은 2금융권이라도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및 여전사 대출은 달리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상호금융은 저축은행이나 여전사에 비해 서민금융 대출 성격이 상대적으로 옅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호금융 전체 대출의 평균 차주 신용도는 예전 신용등급으로 3.2~3.3등급 정도라 은행권(1~3등급)과 큰 차이가 없다”며 “대출 역시 신용대출은 별로 없고 대부분 주택담보대출과 토지, 상가 등을 담보로 한 비주택 담보대출”이라고 했다.

금리 역시 상호금융 대출금리는 은행권과 비슷하다. 한은의 5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은행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72%이지만, 상호금융 대출금리는 3.38%로 은행에 견줘 0.66%P(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상호저축은행 대출금리가 10.21%로 은행보다 7.49%P 높은 것과 크게 다르다. 차주(돈 빌린 개인)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저축은행과 여전사 대출에는 상호금융보다 저신용자 등 취약차주가 많다.

당국도 당장 2금융권과의 규제 차익 해소 카드는 뽑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당분간 그런 카드는 없다”며 “상호금융의 주택담보대출 등은 서민금융으로 보기 어렵지만 저축은행(신용대출)이나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의 17~19% 대출은 서민금융으로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빠른 규제 강화가 현실화되면 차주의 막차 타기(선대출)를 권유하는 ‘절판 마케팅’이 나올 우려도 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절판 마케팅이 나올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금융당국은 금감원을 중심으로 2금융권 업권과의 소통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에 주의를 표하면서 당분간은 시장 동향을 살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 16일에도 금감원은 화상회의를 통해 상호금융 중앙회 임원들에게 가계부채 관리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