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롯데사태 벼른다…총수일가 국감 출석하나(종합)

by김정남 기자
2015.08.03 19:22:48

국회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 롯데 사태 예의주시
내년 총선과 무관치않아…여야 경제 좌클릭 나설듯
국회 입법 지형도도 바뀔듯…재벌 지배구조 도마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A 의원실은 최근 롯데가(家) ‘왕자의 난’과 관련한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롯데 총수일가의 전근대적인 기업지배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상 올해 국정감사를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경우에 따라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총수일가의 국회 출석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 의원 측은 “상황이 계속 진행 중이어서 누구를 부를지 어떤 사유로 부를지까지는 정하지 못했다”면서도 “계속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롯데가 경영권 분쟁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소관기관으로 둔 국회 정무위가 소관 상임위다. 정무위 여야 간사는 아직 국감 증인으로 누구를 출석시킬지는 협상하지 않았다.

다만 새누리당 측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비교적 강경하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롯데가 내에서 만에 하나 불법적인 행위가 벌어졌다면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엄중한 조치를 할 수 밖에 없다”면서 “국가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워낙 크고 나아가 이 싸움의 양상을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야당 간사인 김기식 의원 측도 “(롯데가 총수일가의) 출석을 요청하는 소속 의원들이 있다면 당연히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 정치권이 최근 롯데가 왕자의 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야권에 비해 재벌 대기업집단에 상대적으로 관대했던 여권도 강경 발언을 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데 여야간 공감대가 있다.

롯데가를 향한 정치권의 질타는 3일 이른 오전부터 시작됐다. 친박계(친박근혜계)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재벌가의 처신과 가풍을 일신하지 못하면 더이상 우리나라에서 과거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롯데가의 후진적인 지배구조와 오너 일가의 정체성과 가풍은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고도 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서 최고위원이 작심 발언을 했을 정도라면 여권 내부에서 가볍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박근혜정부가 이명박정부와 가장 큰 차이점을 ‘친(親)기업’이 아니라 ‘친경제성장’으로 여기지 않느냐”면서 “특히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만큼 롯데 문제를 진지하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 ‘좌클릭’ 이슈를 둘러싼 선점경쟁을 벌일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당 지도부 차원에서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정부가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재벌문제를 살펴야 한다”면서 “재벌개혁은 노동개혁보다 먼저 한국경제의 리스크 개선 차원에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한 중진의원도 “재벌총수 말한마디로 임원들의 생사가 결정되는 독단적인 황제경영을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차원의 입법 지형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여권 차원의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를 두고 여야가 다투기는 애매한 상황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장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후진적 지배구조 행태부터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문정림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정부와 국회 차원의 재벌구조 개혁 대책을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고, 이언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롯데 사태는 왜 재벌개혁이 필요하고 왜 경제민주화가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특히 롯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로 유명하다. 순환출자란 대기업집단이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자 ‘A사→B사→C사→A사’와 같이 원 모양(환상형)으로 순환하는 출자구조를 말하는데, 롯데(416개)는 국내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구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10개), 현대차(6개) 등과 비교하면 수십배 규모다. 롯데가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없어 아쉽다는 얘기가 정부에서도 나올 정도다. 정가 한 관계자는 “롯데의 순환출자 문제는 올해 국감에서도 호된 질타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검토 중인 경제인 사면도 이번 사태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수일가의 내부 문제를 두고 외부에서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기류도 없지 않다.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이번 사태를 일회성 이벤트 식으로 다뤄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