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尹·韓 충돌에 봉합 나섰지만 당무 개입 논란 '일파만파'(종합)

by권오석 기자
2024.01.22 16:35:01

김경율 사천 논란, 김여사 대응방식 불만에 韓 사퇴요구설
대통령실 "한동훈 거취?…대통령실이 관여할 일 아냐" 해명
野 "尹 당무 개입, 정치중립 위반…중대한 불법 행위"
윤 대통령, 공식일정 취소하고 대응책 마련 고심

[이데일리 권오석 박태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 문제에 윤석열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적극 수습을 시도했지만, 야당은 윤 대통령의 명백한 당무 개입이라며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윤 대통령은 급기야 공식일정까지 취소하고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안경을 만지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대통령실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당무상의 일”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전날 모 언론보도에 따르면, 여권 핵심 인사들은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김경율 당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사천 논란을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한 위원장의 대응에 섭섭함을 표하며 사퇴를 요청했다고도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왔던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관리에 대한 생각을 내비친 것일 뿐이라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공천은 당무의 영역으로, 대통령실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해명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사실상 시인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갈등은 가시화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정치중립 위반은 물론 형사처벌도 될 수 있는 중대한 불법 행위”라며 단단히 각을 세웠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당무 개입의 이유가 국민적 의혹의 중심에 선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명백한 이해충돌”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아바타 정당으로 만들어 자신과 김건희 여사를 지키는 방탄복으로 삼으려는 파렴치한 당무 개입을 당장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권 대변인은 당 최고위원회의 후 취재진을 만나 “검토를 거쳐서 법적 조치를 할 게 있으면 반드시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사안이 심상치 않자, 윤 대통령은 이날 계획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일정도 취소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10시에 예정됐던 민생토론회 시작 30여 분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불참하고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토론회를 주재한다고 공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지금 감기 기운이 심하다”면서 “민폐가 될 것 같아 불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심 청취’를 늘 강조했던 윤 대통령은 이전까지 열린 네 차례 민생토론회에 모두 참석했었다. 민생토론회는 업무보고를 겸한 일정으로, 올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돌연 토론회에 불참하는 표면적 이유는 건강상 문제로 보이지만, 현 사안에 대한 수습책을 마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그간 당 내홍이 일어날 때마다 ‘당무 개입은 없다’는 원칙을 지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왔던 터라, 이번 논란은 윤 대통령에겐 정치적으로 부담이다.

무엇보다 총선을 불과 80일 정도 남긴 상황이라는 점에서 여권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집권 3년 차에 맞는 이번 총선은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이 짙다. 총선 결과에 따라, 남은 기간 국정과제 등 핵심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 반면 또다시 여소야대 정국이 된다면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진 식물정권이 돼버린다. 그런 중요한 선거를 책임져야 할 한 위원장과의 갈등을 시급히 봉합하는 일이 급선무다.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다섯 번째, 생활규제 개혁’에서 참석자들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불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