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자택, 전두환 차명재산"…檢, 아들 전재국 진술서 법정 공개

by송승현 기자
2019.03.27 13:19:54

檢 "전씨 일가 자택 기부채납 약속 안 지켜…부득이 공매"
전씨 측 "차명재산 아냐…아버지 판결로 아들 감옥 보내는 격"
法 "가족 동의 없이 진술서 제출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

전두환(88)씨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검찰은 전두환씨(88)의 장남 전재국씨가 ‘연희동 자택은 차명재산’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진술서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27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전씨 일가의 추징금 집행 이의 신청 사건 두 번째 심문기일에서 검찰과 전씨 측은 연희동 자택이 전씨의 차명재산인지 여부를 놓고 또 한 번 다퉜다.

검찰은 ‘연희동 자택이 차명재산이라고 하는데 그 근거가 무엇이냐’는 전씨 측 질문에 2013년 9월 전재국씨가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 사본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앞서 전재국씨는 2013년 9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전씨의 추징금 환수 문제와 관련해 환수를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검찰이 공개한 진술서에 따르면 전재국씨는 자필로 “연희동 사저에 대해서는 실제 소유자가 전두환씨임을 일가 모두가 인정한다”고 기재했다. 이어 별지로 전씨의 재산 목록을 나열한 뒤 “목록에 기재된 재산을 공매 절차에 부치고, 추징금이 전액 환수되지 않을 경우 남은 추징금이 완납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는 내용도 진술서에 담았다.

검찰은 또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가 2017년 출간한 자서전에도 이런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부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전씨 측이 약속 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전재국씨가 연희동 자택에 대해서는 기부채납을 희망한다고 했고 대신 전씨가 생존할 때까지 무상으로 거주하게 해 달라는 조건을 붙였다”며 “5년 간 기다렸지만 이행하지 않자 2017년과 2018년 전재국씨를 찾아가 면담을 나눴는데 기부채납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기부채납이란 국가가 아닌 자가 자신의 재산을 이전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전씨 측은 “차명재산인지 여부를 떠나 이 법정에서 다투고자 하는 바는 이순자씨 명의의 연희동 자택을 압류하는 것이 정당한 집행인지 법률적으로 따져보자는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또 “자택 명의자를 대상으로 전씨의 판결을 집행하는 것은 아버지에 대해 선고된 징역 판결로 아들을 붙잡아 감옥에 보내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검찰은 “2013년 당시 명의자들이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이라고 인정해서 급하게 보전 조치를 했는데, 이제 와서 차명재산이 아니라고 한다”며 “축구에서 약속과 달리 오프사이드 트릭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전재국씨가 가족의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실제 명의자인 이순자씨, 전 비서관 이택수씨, 셋째 며느리 이윤혜씨 등의 정확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차례 더 심문을 열기로 했다.

한편 전씨가 거주 중인 연희동 자택은 지난 21일 6차 공매에서 51억 370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전씨 측은 이에 대한 공매처분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