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e사람]권순희 원장 "향후 먹거리는 HMR…동원 경쟁력 있다"

by함지현 기자
2017.11.06 15:55:22

동원식품과학연구원 원장…"차별화된 수산물 처리기술 HMR 접목"
"레스토랑 수준 가공식품이 지향점"
"메가브랜드 참치 정체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 중"
"펫푸드, 참치 부산물 이용 비용 절감"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과거 HMR(가정간편식)은 단품으로만 출시됐지만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찌개나 반찬, 면 요리가 융복합되기 시작했습니다. 동원은 참치와 다양한 수산물, 상온밥, 육가공 등을 다루는 회사인 만큼 HMR을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합니다.”

권순희 동원식품과학연구원 원장은 향후 HMR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진단했다. 1인가구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살더라도 과거처럼 북적북적 모여앉아 요리를 해 먹는 시대는 아니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다만 단순히 편리성만을 강조한 HMR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높아진 소비자들의 요구를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권순희 동원식품과학연구원 원장(사진=동원F&B)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동원식품과학연구원에서 만난 그는 소비자들의 입맛과 요구의 수준이 올라갔다는 점에서 동원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했다. 수십년동안 수산물을 가공해 온 이 회사의 노하우가 자신감의 배경이다.

권 원장은 “우리는 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HMR 메뉴를 많이 내놓을 계획”이라며 “동원은 수산물을 많이 다루다 보니 원재료의 식감은 살리고 비린내는 잡는 기술에 강점이 있고 구매 원가 경쟁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선이 들어간 탕이나 찌개, 전골 요리를 HMR로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 집에서 먹고 싶지만 요리가 쉽지 않은 생선 조림과 생선구이도 개발하고 있다. 각 제품이 완성되면 하나로 모아 도시락 형태의 HMR을 낸다는 계획이다.

HMR을 넘어 다음 단계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권 원장은 “소비자들의 수준이 올라가자 가공식품을 사 먹으면서 레스토랑 수준의 맛을 원한다”며 “셰프의 음식을 제품화하는 것이 물론 어렵지만 가공식품을 레스토랑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셰프들로 꾸려진 회사와 손을 잡고 메뉴 개발에 대한 조언을 얻고 있다. 셰프의 음식을 적당한 가격대의 가공식품으로 제품화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를 계속할 수밖에 이유는 식품업계 간 경쟁 구도 속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는 그에게도 고민거리가 있다. 참치의 확장성이 정체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약 3800억원이던 참치캔 매출액은 2015년 3720억원, 2016년 3800억원 수준으로 답보 상태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권 원장은 “참치를 소비하는 형태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에서 고민이 많다”며 “과거 단순한 요리 소재로 쓰이던 참치를 트렌드에 맞게 반찬이나 대용식으로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치캔의 올드한 이미지를 바꿔내는 것이 일차적인 숙제다. 그 일환으로 내년 상반기 중에는 참치와 다른 재료를 함께 키트화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다른 재료를 추가로 살 필요 없이 참치가 들어간 재료로 요리가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다.

참치와 같은 메가 브랜드가 다시 탄생할 수 있을까. 그가 부임한 이후 업계 최초로 만들어낸 개성 왕새우만두는 동원F&B 냉동만두 부문의 매출액을 15% 끌어올리는 효자역할을 했다. 돈육살코기에 직화 맛을 더한 ‘오븐&통그릴’은 연 1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참치캔을 대체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그는 “좋은 제품을 만들다 보면 매출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브랜드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괜찮은 제품들이 하나의 브랜드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펫푸드 시장도 개척해야 할 신사업군이다. 동원은 펫푸드 선진국인 일본시장에 27년 동안 고양이 습식캔 5억 캔 이상을 수출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재철 동원 회장도 펫푸드에 관심을 보이며 “꼭 1등을 하자”는 당부를 종종 하곤 한다.

권 원장은 “고양이나 강아지가 태생적으로 육식동물인 만큼 참치나 생선 부산물로 만든 사료가 필요하다”며 “참치를 해체하다 보면 알이나 정소 등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부위가 나오는데 이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동원만의 차별화된 펫푸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