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기무사, 진보성향 장병 휴가 미행…SNS 등 통신내역도 사찰

by김관용 기자
2016.10.14 16:20:51

국군기무사령부, 軍입대 전 집회 참여했다고 휴가 때 미행
입대 15개월 전 이메일 압수수색, 통화 내역 조회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피내사자로 상정해 광범위한 사찰"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가 군 입대 전 진보 성향의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한 장병에 대해 휴가기간 미행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무사는 해당 장병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사찰하고 입대 전 통신 자료와 통신 내역까지 들여다 본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비례대표)의원에 따르면 육군 3군사령부에서 근무한 A씨(28)는 제대를 두 달 앞둔 올해 6월 29일 기무사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내사 사건’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조사 전에 ‘진술 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 받지 못했고 수사관이 조사를 마친 뒤 뒤늦게 이를 고지하며 관련 문서에 서명 날인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진술거부권 등의 고지)에 위배되는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수사관은 A씨가 휴가기간인 작년 7월 30일 숙명여대 건물로 들어가는 사진을 보여줬다. 입대 전 A씨가 대표로 활동 했던 동아리 주관 포럼 행사에 참석한 날이었다. 수사관은 A씨에게 이 동아리는 일반 동아리가 아닌 운동권 서클이기 때문에 해당 동아리가 주최하는 행사는 내용이 무엇이든 정치적 행사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해당 동아리는 주 1회 세미나를 개최하고 강연회와 학술지 발간 등의 활동을 하는 학술동아리였다. 2012년에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지원하는 100대 동아리에 선정 된 바 있다. 서울대학교 우모 교수가 자문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수사관이 미행한 날 개최된 포럼은 자문교수인 우 교수와 유네스코 과학기술윤리위원인 김모 국민대 교수, 과학잡지 편집장 A씨 등의 강연이 진행됐다. 또 수사관은 다음날인 7월 31일 서울대에서 열린 다른 행사에도 A씨가 간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A씨가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최된 집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이 사람 집회 안 가겠구나’ 싶어 그때부터 따라다니지 않았다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당시 A씨는 여자친구와 데이트 중이었다.



국군기무사령부 전경 [연합뉴스]
A씨는 수사관이 “여자친구 B씨 유명하지 않느냐. 위안부 문제가 열리면 매번 가고”라는 발언을 하고 “내 얼굴이 익숙하지는 않냐”며 “내가 당신 전담이다. 오고 가며 여러번 보지 않았냐”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상당 기간 A씨의 뒷조사를 해 온 것으로 추측된다.

뿐만 아니라 기무사는 A씨의 입대 15개월 전인 2013년 8월부터 1년간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A씨가 이용한 이메일(e-mail) 등의 자료를 압수수색하고 2014년 10월 13일부터 그해 말까지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등을 조회했다.

A씨는 입대 전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몇 차례 선고 받은 전력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을 우려해 군 복무 중 사회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모범적인 군 생활로 부대장에게 ‘모범병사 표창’과 ‘특급전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적도 없었다.

기무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지 않자 A씨가 휴가 기간 동아리 행사에 참여한 사실 등이 군인복무규율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속 부대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에게 ‘휴가 제한 3일’의 처분을 내렸다.

이 의원은 “기무사는 A씨가 입대 전 진보 성향의 사회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A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피내사자로 상정해 광범위한 사찰을 진행했다”면서 “과도한 감찰은 장병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어떠한 경우에도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준법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