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16.09.02 16:23:03
연세의대 장진우 교수팀, 의학지 최신호에 연구결과 발표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특별한 원인 없이 손이 떨리는 수전증(본태성 진전증) 환자들은 행동제약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지금까지 머리뼈를 열고 시행하는 뇌수술 치료법에 의존해왔지만 많은 환자들은 두려움으로 주저해왔다.
수전증이 있는 환자의 뇌에 초음파를 쬐어 뇌 회로 일부를 차단하는 수술이 뚜렷한 증상 개선 효과를 갖는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머리뼈를 열지 않기에 환자들이 받는 심리적 압박감도 줄어든다. 수전증세 뿐 아니라 삶의 질 장애요소까지 개선되어 일석이조 효과를 보인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4개국 연구기관들이 공동 시행해 효과를 입증했으며 세계 최고 의학지인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팀은 원인 없는 수전증세 개선을 위해 두개골을 열고 시행하는 뇌수술이나 방사선을 쬐는 전통적 치료방법에서 탈피해 초음파를 이용한 치료법 개발에 몰두해왔다.
장 교수팀은 뜻을 같이 하는 세계 4개국(한국·미국·캐나다·일본) 11개 임상연구기관의 석학들과 손을 잡고 해당분야 처음으로 고집적초음파수술(MRgFUS, Magnetic resonance-guided focused ultrasound surgery) 효과에 대한 공동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수집된 총 76명의 수전증 환자(평균연령 71.0 ± 8.3세, 평균증상경험기간 16.8 ± 12.3년)를 대상으로 연구를 시행했다. 연구결과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환자들은 무작위로 고집적초음파수술을 실제로 시행한 실험군(56명)과 위약치료를 시행한 대조군(20명)으로 나뉘었다. 연구팀은 떨림 정도를 임상적인 척도로 계량화 한 CRST(Clinical Rating Scale for Tremor) 측정과 떨림에 의한 삶의 질 평가를 치료 단계는 물론 치료 후 1, 3, 6, 12개월 마다 시행했다.
관찰 결과 고집적초음파수술 시행 후 3개월이 되었을 때 괄목할만한 증상의 개선 정도가 나타났다. 8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최대 32점까지 부여되는 CRST 검사에서 실험군은 고집적초음파수술 시행 전 27.7점을 보였으나, 3개월 후 측정에서는 18.1점이 감소된 9.6점을 기록했다. 반면, 대조군은 16.0점에서 15.8점으로 변화했다.
비슷하게 출발했던 실험군과 대조군의 평균 떨림 수치는 수술 3개월 후 평균 8.3점 차이를 보였다. 95% 신뢰도의 5.9-10.7 오차구간에서 0.001보다 작은 P값을 나타내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함을 보여줬다.
환자들의 삶의 질 또한 유의미한 변화를 기록했다. 실제치료를 받은 실험군 환자들은 출혈이나 감염 등 심각한 치료 부작용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36%의 환자가 경도의 보행 장애증상을 보였으며, 38%의 환자가 가벼운 감각 이상을 나타냈으나 수술 12개월 후에는 대부분 호전됐다.
장진우 교수는 “수전증은 환자와 가족 모두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질환으로 많은 환자들이 두개골을 열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치료를 거부하는 경향이 높았다. 하지만 초음파를 이용해 오차 없이 치료할 뿐 아니라 수술 다음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회복력을 가진 고집적초음파수술(MRgFUS)의 효과가 이번 논문으로 국제학회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유사한 치료방식을 활용한 파킨슨병 등의 운동질환과 난치성 우울증·강박증 같은 정신질환 치료도 매우 진척된 단계에 있어 조만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고집적초음파수술을 이용한 수전증 치료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지금까지 시행되어 온 뇌심부자극술과 더불어 환자의 증상에 따른 맞춤 선택 치료가 가능해져 치료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