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株 액면분할 요구 봇물…롯데 "검토 없다" 개미 외면

by안승찬 기자
2015.09.17 16:03:42

"개인투자자에게 기회 달라" 액면분할 요청 봇물
정작 롯데 지배구조 TF 논의 안건에도 없어
변동성 확대 부담 느끼는듯.."결정 존중하지만 아쉽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롯데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 주식을 액면분할하자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정작 롯데는 액면분할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반(反)롯데 정서로 곤욕을 치른 롯데그룹이 여전히 소액주주들의 투자 접근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롯데그룹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꾸린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팀의 안건에 액면분할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 관계자는 “현재 TF팀에서 롯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논의하고 결정한다”면서 “TF팀 안건에 올라가 있지 않다는 건 액면분할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롯데 계열사 관계자도 “액면분할에 대한 요구가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현재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롯데 상장 계열사의 액면분할 가능성이 급부상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경영권 갈등을 겪은 롯데가 대대적인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액면분할 기대감이 더 커졌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최근 롯데그룹측 인사들과 만나 액면분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장에서도 롯데제과 등 롯데 상장 계열사의 액면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쳤다.

롯데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표적인 초(超)고가주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롯데칠성(005300) 주가는 224만원, 롯데제과(004990)는 210만원에 달한다. 두 회사는 유가증권시장 가장 주가가 높은 주식 1위, 2위다. 주가 수준이 워낙 높아 투자금액이 작은 소액주주 비중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금융투자업계 분석에 따르면 롯데칠성과 롯데제과의 전체 발행 주식 중에서 최대주주를 제외한 순수 개인투자자 비중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각각 3.4%에 불과했다. 롯데칠성의 전체 배당금 61억원 중에서 개인투자자가 가져간 몫도 고작 2억원에 불과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 호주머니만 불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액면분할은 다른 지배구조 변경처럼 돈이 드는 작업이 아니다. 주당 200만원짜리 주식을 10개로 쪼개면 한 주당 20만원으로 주가 숫자만 낮아질 뿐 기업 전체 가치는 변화가 없다. 소액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싸진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롯데가 여전히 액면분할을 여전히 꺼리는 이유는 개인투자자가 많아질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 요인이다. 롯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롯데가 기업 상장에 대해서도 상당히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면서 “개인 주주를 우선하는 기업문화가 형성되기 전에는 사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대표 우량기업들의 경우 적극적인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를 낮추고 더 많은 개인들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주주정책을 쓴다”면서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사항이라는 점을 존중하더라도 롯데가 굳이 액면분할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물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액면분할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지금보다 커지고 지배구조 전환 과정에서 액면분할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롯데가 전향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동빈 회장이 시장가치를 중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롯데제과 등 신 회장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대해서는 액면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롯데가 그룹 지배권 분쟁으로 인해 반롯데 정서까지 나올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나빠졌다”면서 “하락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 직후 액면분할같은 주주친화 정책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