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AI’ 세상 바꾼다…IBM이 심은 ‘디지털혁신 씨앗’(종합)

by김정유 기자
2022.06.07 15:30:32

IBM ‘씽크 온 투어 싱가포르’서 클라우드·AI 강조
폴 버튼 아태 총괄사장 “한전과 협력, 혁신사례”
韓정부와도 협력 준비, 생태계로 확장성 키울것
삼성·LG 등과 협력해 양자컴퓨팅 기술 본격 추진

[마리나베이(싱가포르)=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한국전력공사(015760)는 최근 글로벌 IT기업 IBM의 자산성능평가 디지털 플랫폼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전력 생산부터 수송, 공급까지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주요 자산에 대한 정보를 디지털화해 단일 플랫폼 상에서 통합 관리함으로써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한전의 이 같은 변신은 IBM이 내세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표 디지털 혁신 사례 중 하나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전력 공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여기엔 IBM의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술이 기반이 됐다. 개방적이면서 생태계를 중시하는 IBM식 ‘디지털 혁신’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폴 버튼 IBM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이 ‘씽크 온 투어 싱가포르’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IBM)
“이젠 모든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술 리더’여야 합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기술은 혁신의 기반이 될 것이고,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한다면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폴 버튼(사진)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이 지난 2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엑스포에서 열린 ‘IBM 씽크 온 투어 싱가포르’에서 소리 높여 강조한 말이다. 그는 “디지털화는 이젠 선택이 아니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AI는 이 같은 디지털화를 선도하는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전 세계 13개 도시에서 열리는 ‘씽크 온 투어’는 IBM의 연례 기술 행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싱가포르가 첫 개최국이다. 버튼 사장은 “아·태 지역의 경제는 매우 역동적인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AI 기술은 전 세계 기업들과 정부 혁신에 도움 된다”며 “퍼블릭 또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비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2.5배 더 많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외부 인프라를 사용하는 퍼블릭 클라우드와 자체 인프라를 활용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가 합쳐진 클라우드를 의미한다. 현재 3200개 이상의 고객사가 IBM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IBM에 따르면 전 세계 80%의 기업들이 이미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아키텍처를 채택할 정도로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AI도 현시대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기술 중 하나다. 버튼 사장은 “최근 IBM 기업가치연구소에 따르면 35%의 기업들이 비즈니스에 AI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전년대비 5% 늘어난 규모”라며 “데이터는 너무 많아졌는데 인재가 부족해져서 AI를 통한 자동화가 비용 등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현재 IBM은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많은 협력사들과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전과의 협력이 대표적인 사례다. 버튼 사장은 “하나의 기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은 만큼 다양한 관점을 지닌 협력자들과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IBM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한국 정부와도 긴밀한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버튼 사장은 “아직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밝힐 건 없지만,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폴 버튼(왼쪽) IBM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이 ‘씽크 온 투어 싱가포르’ 미디어 행사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IBM)
그렇다면 버튼 사장이 꼽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AI 이후의 기술은 무엇일까. 바로 최근 IBM이 집중 투자 중인 ‘양자컴퓨팅’ 기술이다.

양자컴퓨팅은 얽힘이나 중첩 같은 양자역학적인 현상을 이용해 자료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0과 1 등의 비트 단위(이진법)로 표시되는 일반 컴퓨터에 비해 0과 1을 동시 처리할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최소 정보 단위는 ‘큐비트’(qubit)다.

IBM은 현재 20개 이상의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최근 공개한 양자컴퓨팅 로드맵에선 올해 433큐비트에서 오는 2025년 4000큐비트까지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타 업체들과 다른 점은 클라우드를 통해 양자컴퓨팅 기술을 외부에 최초로 개방했다는 것. 개방성과 협력을 중시하는 IBM식 혁신 중 하나다.

스콧 크라우더 IBM 양자 어답션 부문 부사장은 “현재 IBM은 180개가 넘는 파트너사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에선 성균관대,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이 우리와 협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버튼 사장은 “IBM이 현재 선도하고 있는 양자 기술을 일반 컴퓨터와 결합하게 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기술과 함께 향후 양자 기술로 또 다른 세계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