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범죄도시' 꿈꿨던 명씨…범죄 수익만 2조[중국나라]

by이명철 기자
2025.02.20 12:22:02

미얀마서 활동한 중국인 범죄조직, 구속 후 첫 재판
가족 위주 조직 구성, 2조원 범죄 수익 올리며 활동
미얀마 등 온라인 사기·도박 문제 심각, 한국 등 피해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지난 15~19일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의 한 법원, 남성과 여성 가릴 것 없이 어림잡아 20여명의 사람들이 피고인석에 자리 잡았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원저우시 검찰이 기소해 잡아넣은 밍궈핑(明國平), 밍전, 밍쥴란 등 23명의 일명 ‘밍지아’(明家, 명씨 일가)다.

지난 19일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 인민법원에서 사기, 도박, 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밍지아 조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들의 죄목은 다양하다. 사기, 고의적 살인, 고의적 상해, 불법 구금, 카지노 개설, 성매매 알선, 마약 밀매, 불법 국경 횡단, 개인 정보 유출 등 일일이 세기도 벅찰 정도다. 도박과 사기 등 범죄 수익은 100억위안(약 1조9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코캉 지역에서 범죄조직을 결성해 활동하던 이들은 중국 공안으로부터 수배를 받은 후 몇 년간 추적 끝에 잡혔다. 이후 검찰의 기소 과정을 거쳐 이달 처음 1심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코캉은 미얀마 반군인 미얀마민족민주주의공화국(MNDDA)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이다. 온라인 사기, 도박, 인신매매, 마약 등이 횡행해 미얀마는 물론 인접한 중국, 캄보디아 등에게도 큰 골칫거리이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코캉 지역에서 범죄를 벌인 밍지아에 대한 그간의 행적을 비교적 자세히 보도했다.

밍지아 조직원들의 행적이 드러난 것은 2023년 10월 일명 ‘10·20 사건’이 계기다. 10월 20일 미얀마 북부에서 4명의 중국 경찰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소문이 온라인 중심으로 퍼졌고 중국 공안이 직접 수사에 나섰다.

미얀마에서 활동한 밍지아 조직의 인물 관계도. 맨 위가 우두머리인 밍쉐창으로 수배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밑에 3명은 밍쉐창의 자녀들이다.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알고 보니 살해당한 사람은 경찰이 아니라 온라인 사기 조직의 일당이었다. 밍지아 조직원들이 무장한 채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구금됐던 조직원들이 도망쳤고, 총격이 발생해 일부가 사망한 것이다.

중국인이 연루된 범죄조직의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공안은 직접 조사에 나섰다. 수사 결과 밍지아 일당은 코캉 지역의 4개 세력 중 하나로 현지 카지노, 광산, 부동산 등 각종 산업을 장악하고 있었다.



밍지아 일당의 수괴 밍쉐창은 미얀마에서 태어나 지역 의회 의원과 자치구 지도위원회 위원 등을 맡으며 영향력을 쌓았다. 밍쉐창의 주도로 밍지아는 2015년부터 카지노를 운영했고 중국인 대상으로 온라인 사기와 도박 활동을 벌였다.

조직원들에게는 총기를 지급하는 등 사실상 지역의 무장단체로 활동하기도 했다.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모자라 조직원들을 폭력적으로 관리하면서 학대, 구타, 강간, 심지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조직원은 살해하기도 했다.

중국 공안은 2023년 11월 12일 밍쉐창을 비롯해 주요 조직원 4명을 공개 수배했다. 수사 과정에서 큰 부담을 느낀 밍쉐창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나머지 3명은 수배한지 나흘만에 검거됐으며 이후 다른 조직원들도 순차적으로 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얀마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같은 온라인 사기, 도박 조직은 한국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지난해 미얀마에 약 12만명이 온라인 사기에 동원되고 있다며 중국계 갱단이 운영하는 조직들이 전세계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코캉에서는 MNDAA 소속 군인이 온라인 사기 및 살인 혐의를 받아 공개 처형되는 일도 벌어질 만큼 심각한 문제다.

해외에서 중국인 조직이 중국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현지 소셜미디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재판을 받는 밍지아 조직원들의 모습은 모자이크 없이 온라인에 공개됐으며 누리꾼들은 이들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밍지아 조직에 대한 재판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번에 진행된 1심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고 재판부는 휴정을 선언, 다시 선고 날짜를 잡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