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잘해주면 의심부터"…'JMS 주의보'에 대학가 비상

by김형환 기자
2023.03.15 15:50:43

SNS 중심으로 JMS 피해 경험담 공유
일부 대학생들…“동아리 가입 꺼려져”
국민대·건국대, 학내 동아리 점검 착수
이대·경희대, 학내 포교 활동 관리·감독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괜히 (선배가) 잘해주면 의심부터 들어요.”

이화여대 신입생 이모(19)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지만 기독교복음선교회(JMS) 등 사이비 종교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뒤 걱정부터 생겼기 때문이다. 이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잘해주는 척하며 접근해 사이비 종교로 포교하는 경우가 많다더라”며 “원래 대학에 들어오면 2~3개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었는데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최근 사이비 종교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대학가에 ‘사이비종교 주의보’가 내려졌다. 일부 대학은 학생회와 함께 학내 동아리 실태점검에 착수하는 등 학생 피해 예방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동아리소개제가 열린 서울대에서 재학생 및 신입생들이 홍보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JMS 동아리 명단’과 각종 피해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성균관대 재학생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스널 컬러(개성에 맞는 색깔) 찾기 행사와 화장법 설명회가 끝나자 강사가 접근해왔다”며 “대학생들의 관심사가 포교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반(反) JMS’ 활동가인 김도형 단국대 수학과 교수도 지난 9일 KBS ‘더라이브’에 출연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JMS동아리가 없는 대학이 어딘지 묻는 게 빠를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신입생들은 이러한 JMS 주의보에 동아리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 이화여대 신입생 박모(19)씨는 “고향에서 부모님이 계속 전화를 걸어 동아리 가입을 걱정하신다”며 “주변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동아리 가입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했다. 동국대 신입생 이지현(19)씨도 “지난주에 열린 동아리박람회에 참여할 땐 가입하고 싶은 곳이 많았지만 혹시나 사이비 종교 관련 동아리도 있지 않을까 해서 아직까지 가입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 회원을 모집해야 하는 동아리들은 고민에 빠졌다. 일부 동아리는 JMS 관련 단체가 아니라며 해명에 나설 정도다. 대학 간 연합 봉사동아리 간부 이모(23)씨는 “문의해오는 학생들에게 해당 동아리는 JMS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며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JMS 동아리 명단 중 무관한 동아리도 많다고 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답했다.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에서 열린 동아리 박람회 권투 동아리 부스에서 한 학생이 권투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학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부 대학은 학내에서 포교 활동을 관리·감독하기로 했다. 이화여대는 채플(기독교 계열 학교에서 진행하는 예배 수업)을 통해 사이비 종교 예방 교육을 하고 있으며, 학내 포교 활동에 대해서도 감시를 강화했다. 경희대 역시 외부인의 학내 포교 활동을 차단하기로 했다.

학내 동아리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 학교도 있다. 국민대 동아리연합회는 지난 9일부터 학내 동아리에서 발생한 사이비 종교로 인한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건국대도 종교분과 동아리를 중심으로 점검을 강화하는 등 사이비 종교로 인한 피해 사례를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실태조사에서 JMS 관련 단체로 판명된 동아리는 퇴출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성신여대 동아리연합회는 지난해 댄스 동아리로 위장해 활동 중이던 JMS 동아리를 제명했다.

대학생 단체도 사이비 종교의 포교 활동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학교 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집행위원장은 “사이비 종교단체의 포교 활동으로 많은 학생이 불안해 하고 있는데 학교 당국이 학생 피해를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